최근 극장가 진화 중이다. 단순한 '영화 관람 공간'을 넘어, 관객이 직접 이야기에 참여하고 오감을 통해 몰입할 수 있는 체험형 문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별관 운영, 몰입형 콘텐츠, 감각적 체험 요소 등을 통해 관객 경험을 극대화하려는 시도가 확대되고 있는 것. 극장은 이제 영화만 보는 장소가 아니라,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는 복합 문화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다.
AI로 관객과 소통하는 '인터랙티브 시네마'
CJ CGV는 생성형 AI 및 XR 콘텐츠 전문 기업 아리아스튜디오와 AI 기반 관객 참여형 '인터랙티브 시네마' 상영관 구축과 콘텐츠 개발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터랙티브 시네마'는 AI 기술을 활용해 관객의 음성이나 감정 반응에 따라 콘텐츠 전개가 달라지는 신개념 상영 포맷이다. 기존 일방향적 관람 구조를 넘어, 관객이 이야기의 흐름을 선택하고 반응을 전달해 작품 속 한 인물이 되는 몰입형 경험을 제공한다.
양사는 △ AI 기반 인터랙티브 콘텐츠 상영관 구축 △ 관객 참여형 콘텐츠 제작 및 상영 △ 시장 적용 가능성 검토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CJ CGV는 이번 프로젝트를 SCREENX, 4DX 등 기술 특별관을 잇는 차세대 '넥스트 특별관'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올해는 3편의 시범 콘텐츠를 선보이며 AI 기술 구현부터 상영 적합성, 관객 반응까지 다각도로 점검할 예정이다.
조진호 CJ CGV 국내사업본부장은 "AI 기술을 활용한 관객 참여형 콘텐츠가 실제 극장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확인할 중요한 기회"라며 "기술과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미래형 극장 경험을 선도하기 위해 실험과 발전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채수응 아리아스튜디오 대표는 "이번 협업은 관객과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장르의 출발점"이라며 "AI 기반 극장 콘텐츠라는 새로운 영역을 CGV와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스크린 속 레시피, 영화 보며 먹어요
롯데시네마는 영화 '식사이론' 단독 개봉에 맞춰 영화 속 레시피를 실제 메뉴로 구현하는 이색 프로모션을 선보인다. 관객이 극장에서 '맛'으로 영화를 경험하는 시도다.
신메뉴는 숯불치킨 갈비맛 팝콘, 숯불갈비양념 치킨, 동파육 군만두 세 가지다. 특히 극장가 대표 간식인 팝콘에 숯불향과 갈비 양념 치킨의 달콤한 고기맛을 입힌 숯불치킨 갈비맛 팝콘은 기존 팝콘의 틀을 깬 새로운 조합이다.
영화 속 '전설의 레시피'를 그대로 재현한 숯불갈비양념 치킨과 동파육 군만두는 담백하면서도 진한 풍미로 영화와 현실을 잇는다. 숯불치킨 갈비맛 팝콘과 숯불갈비양념 치킨은 전국, '동파육 군만두'는 일부 지점에서 8월 20일부터 판매된다.
박선미 롯데컬처웍스 F&B팀장은 "영화의 세계관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경험"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IP와의 협업을 통해 극장에서의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20일 개봉하는 '식사이론'은 존재감 없이 살아가던 평범한 직장인 경수(홍진기)가 비밀의 치킨 레시피를 손에 넣으며 벌어지는 맛과 유머가 뒤엉킨 오피스 판타지 코미디다. 독창적인 세계관을 담은 이 작품은 맛과 상상력을 버무려 직장인들의 공감대를 자극한다. 특히 B급 감성, 생활밀착형 유머, 그리고 현실을 반영한 오피스 설정이 어우러져 공감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한다.
"VR 세상에 갇히고 싶다"…관람평 9.9점 맞은 콘서트
메가박스는 글로벌 그룹 엔하이픈의 첫 번째 VR 콘서트 '엔하이픈 VR 콘서트 : 이머전'을 단독 개봉했다. 이 영화는 개봉 첫날 좌석점유율 61%를 기록하며, 단일관 상영임에도 평균 영화 흥행 기준(40%)을 크게 웃돌았다.
엔하이픈 VR 콘서트는 거대한 사무실, 폐공장, 루프탑 등 다양한 공간에서 0cm 거리로 멤버를 마주하는 초근접 경험을 제공한다. 총 8곡의 무대와 함께 관객 손하트가 화면에 반영되는 인터랙션 기능, 멤버 선택형 분기 장면 등 참여 요소를 더했다.
아메이즈의 초고화질 12K 실사 촬영, 언리얼 엔진 기반 VFX, AI 슈퍼 레졸루션 기술이 적용돼 무대 위 숨결과 시선까지 또렷하게 구현됐다.
팬들은 "팬사인회보다 더 가깝다", "실물 보는 기분"이라며 호평했고, 재관람 인증과 상영 확대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메가박스 실관람평은 10점 만점에 9.9점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콘서트계의 혁명", "VR 세상에 갇히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머전'은 8월 말부터 전 세계 40여 개 도시에서 순차 상영될 예정이다.
국내 극장가는 서로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지만 '경험'이라는 공통된 방향을 향하고 있다. 단순한 상영 포맷 변화가 아니라, 극장 산업의 생존 전략과 직결된다. OTT가 일상화된 요즘 관객이 굳이 극장을 찾아야 할 이유는 현장성과 참여감에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극장 관객이 수동적으로 스크린을 바라보는 관찰자였다면 이제 관객이 이야기에 개입하는 참여자가 되기도 하고 공연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며 "극장은 더 이상 단순히 보는 곳이 아닌 다감각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곳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