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금융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억원 전 기획재정부 1차관(58·사진)은 거시경제 전문 정통 관료로 꼽힌다. 민생 안정, 가계부채 관리, 생산적 금융 확대, 자본시장 활성화 등 산적한 금융 현안과 조직 개편으로 어수선한 금융위를 이끌 적임자로 발탁됐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이 후보자와 함께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 투톱이 동시에 임명된 만큼 이재명표 금융정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 “금융정책 이끌 적임자”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새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이 전 차관을 지명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 후보자에 대해 “기재부 1차관과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을 지낸 금융전문가이자 경제 관료”라며 “쌓은 경륜을 바탕으로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금융정책과 건전한 자본시장 활성화 등 이재명 정부의 금융 철학을 충실히 구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1967년생인 이 후보자는 서울 출신으로 경신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주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1년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등 요직을 거쳤다. 2022년 5월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뒤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을 거쳐 현재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출범한 전문가 모임 ‘성장과 통합’에도 몸담았다.
이 후보자 지명으로 기재부 1차관 출신 금융위원장이 연달아 탄생하게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거시금융을 담당하며 국내외 경제 전반에 대한 경험을 쌓은 데다 관가에서 인품을 높이 평가받은 것이 전임자에 이어 기재부 출신이 발탁된 이유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역시 기재부 1차관을 거쳤다.
이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민생 안정과 자본시장 활성화 등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그간 이재명 정부 핵심 과제인 ‘채무조정’, ‘100조 국민성장펀드’, ‘가계부채 관리’, ‘자본시장 활성화’ 등을 이끌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 역시 금융위를 향해 ‘특급 칭찬’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충청권 타운홀 미팅에서 권대영 당시 금융위 사무처장(현 부위원장)에 대해 “부동산 대출 제한 조치를 만들어낸 분”이라며 “잘하셨다”고 공개 칭찬했다.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선 김병환 위원장이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금융 페널티를 주는 방안을 내자 “재미있는 제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 후보자는 국내 금융산업 성장을 위해서도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성장이 돼야 파이가 커져 나눌 때도 갈등이 적어진다”며 “성장이라는 과제는 불변의 진리”라고 강조한 바 있다. ◇동력 잃은 금융감독체계 개편다만 금융당국 조직 개편 여부는 변수로 남아 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조직개편안은 현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부문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감독을 총괄할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고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잇달아 지명되면서 금융당국 조직 개편은 당분간 미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금융위가 존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발표된 새 정부 국정과제 등 금융위가 맡은 업무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6·27 부동산 대책 등 가계대출 관리와 배드뱅크, 주가조작 근절, 첨단전략산업기금, 생산적 금융 전환 등 대선공약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강 실장은 조직개편 여부에 대해 “정부 조직개편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현재 금융위원회는 활동하고 있으므로 금융위원장 지명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재원/신연수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1967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미주리대 경제학 박사
△행시 35회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