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입장에서 일본은 각종 소재·부품·장비를 공급하는 나라였다. ‘원조 전자강국’이란 일본의 자부심 때문에 삼성이 일본에 완제품을 판매하거나 부품을 공급하는 물량은 많지 않았다.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고 있다. 삼성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일본인이 늘고 있고, 삼성의 자동차 전자장치(전장)와 디스플레이를 장착하려는 일본 기업의 문의도 줄을 잇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 일본에 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 Z폴드7·Z플립7을 출시했다. 세계에서 인정받은 기술력과 품질을 앞세워 ‘애플 텃밭’인 일본 시장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기로 했다. 가능성은 올초 내놓은 갤럭시S25로 어느 정도 확인됐다. 올 1분기 일본 스마트폰 시장점유율(11.5%)이 1년 전(3.9%)보다 7.6%포인트나 상승해서다. 그 덕분에 샤프(8.9%) 레노버(8.4%) 구글(6.1%) 등을 제치고 애플(54.1%)에 이어 ‘넘버2’로 올라섰다. 삼성전자가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2위에 오른 건 8분기 만이다.
일본 대표 통신사인 소프트뱅크를 판매망으로 확보하고, 애플과 차별화된 인공지능(AI) 기능이 더해진 덕분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폴더블폰’으로 평가받는 Z폴드7을 앞세워 애플과의 격차를 좁혀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전장과 디스플레이에서도 일본 기업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을 만나 전장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하만의 오디오와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등을 도요타 차량에 장착하는 방안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 4월에도 1주일 동안 일본을 방문했다. 삼성의 일본 내 협력회사 모임 LJF에 속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소재·부품 협력사 경영진을 만나고 주요 완성차업체 등에 전장 및 디스플레이 납품 여부 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