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팔이 식탁 위 어질러진 접시와 포크 등을 콕 집어 식기세척기로 옮긴다. 속도가 그리 빠르진 않지만 조그마한 식기 하나하나까지 정확하게 목표 지점에 꽂아 넣는다. 접시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쓰레기도 휴지통으로 쏙쏙 들어간다. 부산대 재학생으로 구성된 로보컵 대회 출전팀 ‘타이디보이(tidy boy)’가 개발한 로봇 아누비스는 이 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로봇공학 대회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타이디보이팀의 로봇 개발을 이끈 이승준 부산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넣는 기술은 가정용 로봇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에 해당한다”며 “아누비스가 30년 역사의 로보컵 전 부문 통합 최고 점수를 얻으며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강조했다.
로보컵 대회는 1996년 창설된 국제 로봇공학 대회다. 지난달 15~21일 브라질 사우바도르에서 열린 대회에는 세계 37개국 1500명의 선수가 15만 명에 달하는 관중 앞에서 경합을 벌였다. 경쟁 부문은 축구, 홈서비스, 산업 자동화, 재난 구호 등이다.
강태웅, 김준영, 송동운, 샤디 나스라트, 안기재, 조민성, 이선일, 박예리, 박수연, 김동섭, 유동화 씨 등 이 교수 연구실 소속 학생으로 구성된 타이디보이는 6065점을 얻으며 경쟁자인 독일 본대학 팀(홈서비스)과 중국 칭화대 팀(축구)을 두 배 이상 점수 차로 따돌리며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았다.
아누비스는 신체와 지능 모두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교수는 “로봇 팔의 유연하고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썼으며, 주행 능력을 키우기 위해 덩치도 줄였다”고 설명했다. 아누비스는 성인 키의 절반 정도인데, 높이와 폭 모두 본대학 팀의 절반 크기다. 아누비스가 대회에서 접시를 하나도 깨뜨리지 않았던 비결이다.
아누비스의 AI는 식탁에 놓인 접시, 그릇, 포크, 쓰레기 등을 구분할 뿐 아니라 사람의 언어와 얼굴까지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다. 이 교수는 “식기세척기뿐 아니라 찬장 내부의 정리 형태를 살펴본 뒤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과자 및 통조림 등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며 “이 외에도 사람의 언어에 반응하고 쓰레기통 등을 찾아 움직이는 정교한 자율주행 능력이 호평받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2018년부터 매년 로보컵 대회에 출전해왔다. 처음엔 일본 도요타에서 받은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시작했다. 이후 매년 1~2위를 다투는 강호로 올라섰고 2023년부터는 하드웨어 개발에도 나섰다.
이 교수는 “로보컵 대회는 실제 제조 현장에서 활용되는 로봇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앞으로도 AI와 하드웨어 기술을 다듬어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력을 꾸준히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