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BOE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역대급 승소를 했다. ITC가 “BOE 패널의 미국 수입을 14년8개월간 금지한다”는 예비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BOE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 등은 이미 중국 등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있어 이번 판결로 한국 디스플레이 회사들이 곧바로 대규모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지난달 11일 예비판결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보안 조치가 탁월한 수준이었음에도 BOE가 삼성디스플레이 영업비밀을 부정한 수단으로 취득해 사용했다”며 “삼성디스플레이에 실질적 피해와 심각한 위협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년 10월 ITC에 BOE를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특히 ITC는 BOE의 OLED 패널이 14년8개월 동안 미국에 수입될 수 없다는 ‘제한적 수입금지 명령’(LEO)을 내렸다. ITC가 삼성의 OLED 핵심 기술 개발 기간을 14년8개월이라고 본 것이다. LEO 기간은 보통 ‘부당이익을 없애는 데 필요한 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이번엔 이례적으로 여러 영업 비밀과 기술의 개발 소요 시간을 합산했다.
ITC는 또 BOE 중국 본사와 미국 현지법인 등의 미국 내 마케팅·판매·광고·재고 판매 등을 모두 금지했다. BOE가 미국에서 전반적 영업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최종 판결은 11월 이뤄질 예정이나 예비판결에서 BOE의 기밀 부정 취득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 만큼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는 당장 BOE의 OLED 점유율이 급감하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완제품 형태로 수입되는 패널은 이번 제재 대상이 아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한국 디스플레이회사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세계에서 OLED를 만드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뿐인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중국의 기술 탈취 심사가 더욱 엄격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판결 결과가 ‘OLED 구매 큰손’인 애플과의 거래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BOE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와 함께 애플의 3대 디스플레이 납품사다.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애플 내 OLED 점유율은 삼성 46%, LG디스플레이 21.3%, BOE 22.7% 등이다. BOE는 2021년 아이폰13에 OLED를 처음 납품하며 사세를 확장해왔는데, 판결을 계기로 애플이 BOE 패널 채택을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