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은 '수도권 데이터센터' 사실상 금지

입력 2025-08-13 17:05
수정 2025-08-14 00:25
세계 주요국이 인공지능(AI) 인프라의 핵심 시설인 데이터센터를 늘리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관련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3일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한국의 데이터센터는 43개다. 중국(449개) 일본(222개) 등 주변국보다 크게 뒤처졌다.

산업계에선 지난해 8월 시행된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를 데이터센터 건립의 주요 걸림돌로 꼽고 있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사업자가 10㎿ 이상 전기 사용을 신청하면 전력망의 안정성 등을 따져 승인하는 제도다. 법적 근거는 지난해 6월 제정된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하기 위해 제정한 법률이다.

한국전력이 먼저 데이터센터 건립안을 검토하고,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력정책심의위원회가 최종 심의한다. 신규 데이터센터의 지역사회 수용성, 지방재정 기여도, 직접 고용 효과 등 비기술 평가 항목까지 따진다.

이 같은 규제 탓에 수도권에선 데이터센터 건립 승인이 거의 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등에 따르면 이 제도 도입 이후 수도권에서 계통영향평가를 통과한 사례가 없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은 개발 인력이 충분하고 고객이 많은 수도권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싶어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유휴 전력이 많은 지방으로 갈 것을 권하지만 지방은 수도권과 비교해 고객 수요가 적고 비용만 늘어나는 구조여서 인프라 이전이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는 계통영향평가에 대해 “사실상 한국에만 있는 규제로 글로벌 AI산업 선점 경쟁에서 불리한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도입된 ‘전기통신공사업법상 시행규칙’ 중 건축물의 유지·보수 의무도 데이터센터 확대의 걸림돌이다. 건축물별로 유지·보수 관리자를 두고, 이 중 규모가 큰 시설은 석·박사 학위를 소유한 고급 인력을 고용하도록 했다. 연면적 6만㎡ 이상 시설은 박사 학위를 소지한 3년 이상 경력자, 또는 석사 학위를 소지한 9년 이상 경력자인 ‘특급 기술자’가 관리를 맡아야 한다.

데이터센터연합회는 “데이터센터는 이미 정보통신망법상 최고정보보호책임자, 방송통신발전법상 방송통신재난관리책임자 등을 두고 있다”며 “보수 관리자 의무 고용은 중복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