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재발 건설사 등록 말소"…초강력 대책 내놓은 고용부

입력 2025-08-13 16:28
수정 2025-08-13 16:30

앞으로 반복적으로 중대재해를 낸 건설업체에 대한 과징금과 영업정지 요건이 대폭 완화된다. 영업정지 요청 후에도 사고가 재발하면 ‘인허가 말소’라는 초강수 제재가 추가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산업재해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건설회사의) 입찰 자격을 영구 박탈하는 방안과 금융 제재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 위반에 대한 경제적 불이익을 대폭 강화하고 기업이 이득을 얻기위해 재해 발생을 묵인하는 연결고리를 끊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대책은 사망 사고에 대한 경제적 불이익을 대폭 강화하는 게 골자다. 먼저 현행 ‘동시에 2명 이상 사망’ 조건에서만 가능했던 건설사 영업정지 요건을 ‘연간 다수 사망’으로 확대한다. 권 차관은 “동시에 2명 사망하지 않으면 1년에 10명이 사망해도 영업정지 요청이 불가능해 실효성이 없다”며 현장 실태에 맞춰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정지 요청 후에도 사망사고가 재발하는 경우엔 아예 '건설사 등록 말소'를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요청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한다. 정부는 건설업 외에도 산재 사망사고를 인허가 취소 등 사유로 반영할 수 있는 업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법제처에 건의할 예정이다. 제조업·조선업 등 산재 빈발 분야가 유력하다.

사고 발생 후 대응뿐 아니라 사전 예방책도 강화된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게 아니어도 적극적으로 산재 예방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고용부 장관의 '긴급 작업중지 명령제도' 도입을 검토한다. 현재 고용부 장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작업에 대해서만 작업 중지를 조치할 수 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에 근로감독 권한을 부여하고 감독관 인력을 확충해 사업장 점검을 강화한다. 상시 보통 점검인 '일반 감독' 중에도 안전 의무 위반이 적발되면 즉시 사법조치로 연결하고, 노동자 대표 추천 시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위촉을 의무화한다. 그밖에 관계부처와 협의해 중대재해 반복 발생 사업장의 공공입찰 참가를 강력하게 제한하고 금융권의 건설사 대출 심사·공시·평가 과정에서 안전 위험요인을 반영해 중대재해 '사전 리스크 관리'를 추진한다.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정부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를 포함한 재해 현황과 재발방지 대책 등을 반드시 공시하도록 하고 산재 예방 능력이 검증된 하청과 계약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다. 건설현장의 불법 하도급에 대한 합동 단속을 정례화한다. 권창준 차관은 "전문가·노사 등의 의견을 수렴해 9월 중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다만 공공입찰 제한 등 일부 방안에 대해선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 분야 입찰은 가뜩이나 이익률이 낮고 규제가 많아 대기업들이 꺼려한다"며 "건설현장 산업안전에 투자할 비용적 여력은 적은데 산재 발생 시 영업정지나 인허가가 말소될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감안하면, 추후 대기업 건설사들의 공공 입찰은 확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