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죽집에서 가정간편식(레토르트) 제품을 단순 조리해 판매한다는 사실이 다시 주목받으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13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배달 아르바이트 종사자라고 밝힌 A 씨의 글이 올라왔다. A 씨는 "여기 배달 죽집인데 죽 단가는 1만3500원"이라며 사진 한 장을 함께 공유했다. 사진 속에는 가게 한쪽에 레토르트 식품이 가득 쌓여 있었다.
들깨버섯죽, 소고기죽, 버섯야채죽, 전통미역죽 등 종류도 다양했다. 해당 제품은 이날 기준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6개 세트 1만3900원(개당 약 2316원), 9개 세트 2만6900원(개당 약 2988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A 씨는 "여기는 죽 전문 체인점이 아니다. 상호 여러 개로 여러 가지 파는 가게"라며 "배달시킬 때 상호랑 가게 정보에 등록된 상호 잘 확인하면 이런 곳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샵 인 샵(Shop in Shop)’ 형태의 매장에서 죽을 판매하는 사례라는 것이다. 샵 인 샵은 한 매장에서 여러 종류의 음식을 취급하며, 메뉴별로 다른 상호를 사용하는 방식이라 소비자가 가게 정보를 자세히 확인하지 않으면 이를 알아채기 어렵다.
누리꾼들은 비판 댓글을 쏟아냈다. "전자레인지 대행업체냐", "이래서 배달시킬 때 회사 정보 꼭 눌러본다", "개당 2000원대고 도매로 사면 더 쌀 텐데 대체 얼마나 남겨 먹는 거냐", "후기 보면 '밥알이 인스턴트 죽이다' 이런 이야기 써있다 그런 거 보고시켜라", "돼지갈비 시킨 적 있는데 안에 들어있던 방습제까지 조리돼 왔다. 저런 포장 돼지갈비 데워준 건가 보다", "우리 동네에 간판 열 개 가까이 달고 운영하는 집 있다" 등이다.
또 다른 누리꾼은 구체적인 수익 계산까지 내놨다. "소고기죽 420g은 이커머스 기준 2500원, 배달비 4000원, 배달앱 및 카드 수수료 1755원, 용기 및 비닐 350원을 제하면 순이익은 5395원"이라며 "우리 동네 이름만 다르게 올리고 다양한 음식 파는 집 있는데, 가게 정보 확인하면 OO 푸드로 동일하다. 찾아보면 레토르트만 데워서 나가는 배달 전문 가게"라고 주장했다.
유사한 경험담도 이어졌다. "배달 전문 냉면파는 곳 픽업하러 갔다가 전자레인지에 저런 팩에 조리된 고기 데워서 그대로 용기에 깨 뿌려 배달하는 거 보고 놀랐다", "저거 그냥 플라스틱 배달통에 넣고 전자레인지 돌려서 고명이랑 깨 뿌려서 배달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강남·서초 지역에서 배달 기사로 일한다는 한 누리꾼은 일부 가게명을 공개하며 "이런 전문점 빼고는 전부 배달 전문으로 저렇게 죽 데워서 담아주는 곳이다. 소비자 우롱하는 게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게 정보 검색하면 '지하 주방 몇 호' 이런 곳은 다 걸러라. 저도 언젠가는 한 번에 터트리려고 가지고 있는 업체 사진들 보면 음식 못 먹는다"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