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13일 10:3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양적 변화를 맞고 있다. 2024년 거래 규모는 역대 최고치인 22조 원을 돌파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15조 원에 육박하며 전년 대비 70% 수준에 근접했다. 이러한 양적 성장의 이면에는 개별 거래의 초대형화라는 구조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1000억 원 규모의 거래도 나름 큰 건으로 불렸다. 그러나 지금은 ‘조(兆) 단위’ 거래가 빈번히 등장한다. 자금조달 규모 역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러한 메가딜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존재가 바로 대출기관이다. 과거 부동산 거래에서 대출기관은 담보를 잡고 이자를 받는 수동적 채권자에 머물렀다. 그러나 거래 규모가 조 단위로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대출기관 없이는 거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실제로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재무구조를 분석해보면 이러한 현실이 명확히 드러난다.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우만 봐도 총 운용자산 66.8조 원 중 순운용자산은 29조 원에 그친다. 나머지 37조 원, 즉 전체의 55% 이상이 차입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대출이 단순한 부채가 아니라 자산 운용의 핵심 레버리지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문제는 대출 시장이 극도로 양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경기 악화와 금융기관 부실 증가를 겪은 대출기관들은 극도의 경계심을 갖게 됐다. 대출 심사 기준도 대폭 강화됐고 특정 섹터와 자산에 대한 쏠림으로 수많은 프로젝트들의 자금 조달 경쟁이 치열해졌다. 대출의 난이도는 크게 상승함에 따라 안정적인 대출 조달 여부는 자산 투자와 운용의 핵심적인 요소가 됐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이 필요하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대출 전담 조직의 등장이다. 과거에는 투자팀에서 부수적으로 처리하던 대출 업무를 이제는 별도 조직이 전문적으로 관리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의 ‘Loan Finance실’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에만 ‘마곡 원그로브’, ‘밀레니엄 힐튼호텔 부지 개발’, ‘서리풀 개발사업’ 등에서 10조 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할 수 있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운용사들이 단순 운용을 넘어 개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대출기관과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건물을 매입해 운영하는 것과 달리, 개발 사업은 토지 매입부터 건축, 매각까지 적어도 5년 이상 소요된다. 이 기간 안정적인 자금 공급이 필수적인데, 여기서 대출기관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이들은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함께 분석하고, 사업 구조를 함께 개선하는 ‘전략적 투자 파트너’인 셈이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대출기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 예상으로 유동성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인 자금 조달 능력은 곧 생존 능력이 된다. 운용사들은 이제 대출기관을 단순한 자금 공급처가 아닌 ‘제3의 투자자’로 인식해야 한다. 지분 투자자와 더불어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핵심 파트너로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