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치킨이 만나면 ‘행복한 조합’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입력 2025-08-20 14:06
수정 2025-08-20 14:07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51>


열대야가 한창이던 지난 7월 31일 저녁. 세계적 명문 축구클럽인 FC바르셀로나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골인 잔치’를 벌였다. ‘2025 FC바르셀로나 아시아투어’ 경기에서 FC서울을 상대로 7-3 완승을 거둔 것.

세계적인 축구스타 라민 야말의 활약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전반 8분 골대를 맞고 나온 그의 왼발 슈팅이 첫 골로 연결됐다. 이어 강력한 중거리 슛이 두 번째로 골문을 열면서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이번 서울 경기는 창사 30주년을 맞은 제너시스BBQ그룹이 지원해 개최됐다. 국내 최대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업계 최초로 스페인산 고급 올리브유를 사용해 맛과 품질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그와 함께 윤홍근 회장은 후안 카를로스 국왕에게 시민훈장을 받는 등 스페인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우리는 보통 치킨과 함께 마시는 술로 맥주를 떠올린다. 그러나 서양에서 닭고기는 와인과 잘 어울리는 식재료로 알려졌다.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된 닭요리에 따라 곁들이는 와인도 제각각이다. 최근엔 국내에서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주류 선택이 바뀌고 있다. ‘불금에 치킨과 와인’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먼저 프라이드 치킨과 환상적 조합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꼽을 수 있다. 강렬한 산미와 기포, 특유의 쌉쌀한 맛이 치킨의 기름기와 어우러지면서 깔끔하고 상쾌한 맛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 치킨을 한입 베어물고 마시는 첫 모금에서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을 맛봤다.
그와 함께 구운 닭고기(바베큐 등)는 샤르도네 와인과 잘 어울린다. 드레싱을 곁들인 닭고기 샐러드와 함께라면 소비뇽 블랑을 추천한다. 짙은 풀 향과 산도가 샐러드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삼계탕에 게뷔르츠 트라미너를 추천하기도 한다.

반면 맛이 센 양념치킨에는 진판델이나 시라, 말벡과 같이 향이 강하고 스파이시한 레드 와인이 적당하다. 와인의 풍부한 보디감과 강한 타닌감이 양념과 섞이면서 밸런스를 맞춰준다.

BBQ치킨 빌리지 송리단길점 박성진 직영본부장은 스파클링으로 ‘호메세라, 부케 카바 브룻(Bouquet Cava Brut)’을 추천했다. “이 와인은 프리미엄급이지만 가격이 합리적이다. 붉은 장미 꽃다발 레이블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첫 모금부터 청량한 버블과 꽃, 과일 아로마가 어우러져 치킨의 풍성한 맛을 더해준다. 특히 산뜻한 청사과와 서양배 향은 기분 좋은 산도와 함께 섬세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

레드 와인으로는 ‘보데가스 볼베르, 타리마 힐(Tarima Hill)’을 꼽았다. 짙은 보랏빛을 띤 이 와인은 알리칸테 해발 700m 산악지역에서 수확한 토착품종 모나스트렐 100%를 사용해 양조했다.

검은 과실 향과 상쾌한 느낌을 쉽게 잡을 수 있다. 알코올 도수 15도로 와인으론 꽤 높은 편이다. 껍질이 두껍고 당도가 높아 양념치킨의 맵고 강한 맛을 중화시킨다.

석촌호수를 길 하나 사이에 둔 BBQ치킨 빌리지 송리단길점은 전체 좌석 140석의 플래그십(대표) 매장. 미국 브로드웨이 분위기를 자랑한다. 야외 테라스도 넓어 석촌호수 야경은 물론 화려한 롯데월드타워를 조망할 수 있다.

박 본부장은 “우리 매장은 20~40대 연령층이 주로 찾는다. 6시 이후에는 대부분 만석으로 좀 일찍 방문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현재 다양한 종류의 잔 와인을 판매하고 있다. 미리 요청하면 콜키지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와인과 치킨은 예상외로 꽤 훌륭한 페어링이다. 서구 유럽의 음식문화가 증명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와인과 치킨이라는 새 패러다임 구축에 도전장을 던진 BBQ에 박수를 보낸다.

김동식 와인칼럼니스트
juju433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