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원 찍은 엔비디아 2500원에 산 강남 부자, 8년 버틴 비결" [인터뷰+]

입력 2025-08-13 15:11
수정 2025-08-13 16:43

“고액자산가들이 주식 투자에서 손실을 보는 일은 드뭅니다. 장기투자를 감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조혜진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이사는 최근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의 사무실에서 한경닷컴과 만나 “긴 시간 동안 투자하는 기회비용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부익부’(富益富)의 배경을 설명했다.

1997년 보람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조 이사는 하나은행 평창동 골드클럽PB팀장과 삼성증권 서울파이낸스센터 PB부장을 거쳐 현재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에 몸담기까지 대부분의 경력을 고액자산가들의 투자를 돕는 일을 해온 베테랑 PB다.

그는 고액자산가들이 전체 금융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0% 수준으로 크지 않다는 점을 짚었다. 한 종목으로 따지면 한 자릿수 초반대 백분율에 불과하다. 단기적인 주가 등락에 흔들릴 이유가 없다. 조 이사는 “추천했던 자산의 가격이 단기적으로 하락했다는 이유로 고객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온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처음 매수를 결정할 때 전망한 세상의 변화가 나타나 기업이 크게 성장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자산가들이 보통 사람들과 비교해 투자 승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조 이사는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추천으로 2017년 엔비디아 주식을 주당 2달러50센트에 매수해 지금까지도 보유하고 있는 한 고객의 사례를 소개했다. 현재 주가는 183달러16센트(12일 종가 기준)로 치솟은 상태다. 조 이사는 “엔비디아 주식 매수에 투입된 금액은 그 고객의 전체 자산에서 매우 작은 부분에 불과했지만, 8년이 지난 현재 엔비디아의 평가금액은 매수 당시 고객의 총자산과 맞먹는 규모가 됐다”고 말했다.

처음 엔비디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전기차라고 한다. 2017년이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변화가 ‘정해진 미래’라며 2차전지 주식이 꿈틀거리던 때다. 많은 사람이 2차전지에 대해 공부할 때, 조 이사의 관심은 자율주행 기술로 향했다. 전기차 산업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고민한 것이다. 그리고 카메라를 비롯한 센서가 인식한 도로 상황 데이터를 연산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회사를 찾아냈다.

그런 그의 최근 관심사는 ‘에너지’다. 인공지능(AI) 산업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조 이사는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에 비해 전력 소모량이 6~10배 많다”며 “상상 이상으로 전력 수요가 커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를 위한 에너지 기반 구축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투자 관점에서 에너지섹터에 포함된 기업들 역시 장기간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같은 생각에 확신을 가진 조 이사는 2년 전부터 대학에서 에너지정책 전공의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에너지 관련 종목을 추천해달라는 말에 조 이사는 “고객 성향별로 다르다”고 답했다. 변동성을 싫어하는 고객에게는 안정적인 유틸리티 종목을, 고위험을 감당하고 높은 수익성을 추구하는 고객에게는 원자력발전(원전) 종목을 각각 추천한다고 한다. 다만 직접 주식을 매매하지는 않고 펀드매니저들에게 맡긴다.

PB는 주식 매매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 이사는 “고객들은 PB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는 이유는 포괄적인 자산관리에 필요한 걸 공부하는 PB의 시간을 구매하고, 자신은 본업에 집중하려는 것”이라며 “여러 종류의 자산을 다뤄야 하는 PB 역시 주식이라는 하나의 자산군에 과도한 시간을 쏟기보다, 그 분야에 목숨을 거는 펀드매니저들을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알고리즘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포털사이트에서 트렌드를 추출하고 그 데이터를 주식매매와 연동하는 시스템을 만든 운용사와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산 배분의 차원에서는 최근 주식이라는 자산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조 이사는 전했다. 그는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40억~50억원에 이른다. 보통의 사람들이 접근할 사다리가 치워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산 가격이 오르려면 기존에 보유한 사람에게 더 비싼 값을 주고 자산을 사줄 사람이 있어야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는 높은 가격의 자산을 뒤이어 사줄 수 있는 사람이 이제는 많지 않다는 뜻이다. 반면 주식은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밸류업’ 역시 자산가들의 관심을 주식시장으로 이끈 이유 중 하나다. 선진국들이 앞서 걸어간 길이기 때문이다. 조 이사는 “이전 정부의 밸류업 정책도 일본을 벤치마킹한 것이고, 미국 증시가 장기 상승한 배경엔 401k(미국의 퇴직연금 계좌)가 있다”며 “자산가들은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