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기준 50억 유지하나 했더니…대통령실 "아직 조율 중"

입력 2025-08-12 17:28
수정 2025-08-13 01:23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두고 당정대가 미묘한 입장 차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증시 활성화를 위해선 현행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하면서 한때 ‘종목당 50억원 기준’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란 증시 기대가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10억원으로 강화하겠다는 방침에 무게를 싣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당정 간 조율 과정을 지켜보겠다”며 ‘관전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브리핑에서 대주주 범위 조정 논의와 관련해 “당과 정이 좀 더 조율을 해보겠다고 했고, 대통령실은 지켜보겠다고 했다”며 “여기서 바뀐 게 없다”고 밝혔다. 여당의 건의에 따라 정부가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장 초반 3240대까지 오른 코스피지수는 강 대변인의 브리핑 이후 오전 11시부터 낙폭이 커지면서 전 거래일보다 16.86포인트(0.53%) 내린 3189.91에 장을 마쳤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내리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개인투자자는 물론 당내에서조차 반대 여론이 들끓자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발표 하루 만인 지난 1일 수정안 마련에 들어갔다. 정청래 당대표는 한정애 정책위원회 의장에게 의견 수렴을 지시했고, 한 의장은 고위 당정협의회가 열린 10일 정부 측에 대주주 범위를 손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기재부는 당정협의회에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결론을 유보했다.

당정은 이날도 대주주 범위 관련 논의를 매듭짓지 못했다. 한 의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똘똘한 한 채가 아니라 똘똘한 주식을 한 번 오래 갖고 있으면 배당소득도 나오고 장기적으로 괜찮다는 시그널과 방향 제시를 하는 게 대한민국 성장에도 더 좋을 것”이라며 과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설명 자료에서 “정부는 당의 의견을 들었고 숙고 중이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논란이 당정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대주주 범위는 대통령 시행령으로 손질해야 하는데 정부가 결정한 사항을 여당이 뒤집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해련/김형규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