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제약 상폐 심의 분쟁 격화…'경영권 이중매매' 논란 배경은

입력 2025-08-13 09:53
수정 2025-08-13 17:43
이 기사는 08월 13일 09: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동성제약의 상장폐지 심사를 앞두고 친척 간 경영권 분쟁이 더 격화하는 모양새다. 나원균 동성제약 대표가 이양구 전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우호세력에 매각한 것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다. 이 전 회장이 파생상품 손실로 위기에 몰리자 자신들에게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해 놓고, 회사 경영에서 완전히 배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자 매각처를 확실한 우호세력으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이 이사회에 재진입하는 안건이 상정된 오는 9월 임시주총을 앞두고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전 회장 측은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회사 사정을 잘 아는 본인이 경영권을 되찾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툼이 가열된 가운데 동성제약의 상장폐지 여부는 13일 열리는 한국거래소의 기업심사위원회 심의에서 1차적으로 판가름 난다. 이양구 전 회장 '이중매매' 논란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지난 4월 보유 중인 동성제약 주식 368만4838주(지분율 14.12%)를 총 120억원 가량에 소연코퍼레이션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소연코퍼레이션은 같은달 21일 매수인 지위를 브랜드리팩터링에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브랜드리팩터링은 281주9673주(10.8%)를 우선 매수하고, 나머지 86만5165주는 지정하는 자가 임시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돼 경영권 이전이 종료되는 즉시 매수하기로 했다. 이 전 회장 측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브랜드리팩터링은 일종의 특수목적법인(SPC)이고, 사모펀드(PEF)와 시중은행이 자금을 댔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전 회장은 이 같은 계약을 체결하기 전인 지난해 10월 나 대표와 의결권 포괄 위임 약정을 체결하고 경영권 및 의결권 포기 각서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12월에는 자신의 누나이자 나 대표의 모친인 이경희 씨에게 주식을 넘기는 계약도 맺었다. 이 전 회장은 나 대표와 이 씨의 명의를 사용해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낸 데 따른 채무를 대물변제하기 위해 이 같은 계약을 맺었다. 주식을 모두 양도하기 전까지 이 전 회장이 제3자에게 처분하면 안 된다는 내용도 계약에 포함됐다.

최대주주의 의결권 매각은 공시 사안인데도 작년 계약 당시 투자자들에게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나 대표 측은 이 전 회장과 지분 인도 시점을 명확히 하는 내용의 추가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외부 증권사에 담보로 잡힌 지분이 있어 이를 해소하는 게 먼저였다는 것이다. 나 대표 측 관계자는 “추가 계약을 체결한 뒤 공시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작년 파생상품 손실에 따른 채무 변제금액이 커지면서 궁지에 몰리자 나 전 대표 측과 이 같은 계약을 맺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형사고소 등을 막으면서도 경영권을 되찾을 가능성을 열어 두는 전략이어서다. 이 전 회장은 작년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의약품 판매 계열사 동성바이오팜을 영업사원으로 동성제약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의료 관계자에게 수억원의 이익을 제공했다는 혐의다. 실적도 적자를 이어가자 작년 대표이사직을 자진 사임했다. 이에 나 대표가 작년 10월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런데 이 전 회장은 지난 4월 돌연 전략을 바꿨다. 브랜드리팩터링 등과 ‘바이백 옵션’이 탑재된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 전 회장의 2년간 사내이사직과 회장직을 보장하고 주식과 경영권을 재매입하는 권리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나 대표에게 넘기는 것보다 확실하게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는 조항이다. 시장에서는 조카 및 누나로부터 경영권을 완전히 뺏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브랜드리팩터링과 ‘파킹 계약’을 맺었다고 보고 있다.

이 전 회장이 지분을 넘기면서 나 대표와의 계약을 이행하는 것은 어려워진 상태다. 나 대표 측은 이 전 회장과 소연코퍼레이션, 브랜드리팩터링에 법적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이 전 회장을 상대로 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이 전 대표가 추후 넘기기로 한 잔여 주식 가운데 50만 주를 처분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나 대표 측 관계자는 “사전 계약을 무시하고 브랜드리팩터링 등과 새 계약을 체결한 것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며 “법적 대응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 전 회장 측은 경영권을 다시 가져오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외부로부터 전문가를 적극 영입해 회사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5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경영난을 타개하고자 자금 차입 성공을 조건으로 지난해 10월 대표이사를 조카에게 넘겨주고 경영에서 물러났다”며 “조카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어려운 상태가 됐다”고 했다. 이날 이중 매매 등과 관련한 본지의 추가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9월 임시주총 앞두고 '여론전' 해석이 전 회장은 오는 9월 12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에 다시 진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돼 있다. 임시주총은 지난 7월 서울북부지방법원이 브랜드리팩터링 등의 요구를 인용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상장폐지 여부, 개선기간 부여 여부, 매매거래정지 여부·기간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나 대표 측이 작년 체결된 계약에 따라 이 전 회장 측 지분을 모두 가져오는 것을 전제로 거래소로부터 개선기간을 부여받으면 주주들을 상대로 한 여론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현재 브랜드리팩터링이 11.16%. 이 전 회장이 2.74%, 나 대표가 4.09%, 이경희 씨가 1.5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동성제약은 지난 5월 7일 약 1억원의 채무 불이행을 사유로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다음날 법원으로부터 자산 처분에 대한 포괄적 금지 명령을 받았다. 자산이 묶이면서 동성제약은 연쇄 부도를 맞고 있다. 5월 이후 동성제약이 부도를 맞은 횟수는 총 15회다. 누적 금액은 46억원가량이다. 동성제약 거래는 5월부터 정지된 상태다.

동성제약은 1957년 故이선규 회장이 설립했다. 1990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2018년부터 2023년을 제외하고 매년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