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성공” 믿었는데… 美 컴퓨터 전공자 구직난 심화

입력 2025-08-12 10:00
수정 2025-08-12 10:04

미국 컴퓨터 관련 전공 졸업생들이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이 인력을 줄이고 AI 코딩 도구를 적극 받아들이면서, 컴퓨터 전공 졸업생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코딩 교육 열풍이 불며 컴퓨터 관련 학과 지원자가 급증했다. 비영리기구 컴퓨팅연구협회(CRA)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전공 학부생은 17만 명을 넘어 10년 전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AI가 수천 행의 코드를 순식간에 작성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기업들은 신규 개발자 채용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여기에 아마존·인텔·메타·MS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대규모 감원까지 겹쳤다.

NYT는 퍼듀대 컴퓨터과학 전공자 마나시 미쉬라(21)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자라며 “코딩을 배우면 억대 연봉”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이에 어릴 때부터 코딩을 배워 초등학교 때 첫 웹사이트를 만들었으며, 청소년기에는 고급 컴퓨팅 과정을 수료했다. 퍼듀대 컴퓨터과학 전공 대학 학위를 땄지만, 지난 5월 졸업까지 1년간 구직활동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졸업 후 받은 면접 제안은 치폴레 한 곳뿐이었다. 이마저도 주당 10시간 시간제 조건으로, 해당 급여로는 기본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후 미쉬라는 틱톡을 통해 “누가 저를 고용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짧은 영상을 게시했고 조회수 약 15만 건을 기록하며 많은 구직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오리건 주립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잭 테일러(25)도 졸업 이후 2년간 관련 분야 5,762곳에 지원했지만, 면접 기회는 13번뿐이었고 정규직 일자리는 전무했다. 생활비를 위해 맥도날드에 지원했지만 ‘경험 부족’으로 탈락했고, 현재 실업수당을 받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컴퓨터과학과 컴퓨터공학 전공 22~27세 대졸자의 실업률은 각각 6.1%와 7.5%로, 생물학·미술사 전공자의 3%를 웃돈다.

CRA 관계자는 “올해 컴퓨터 전공 졸업생들이 특히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