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패망 후에도 조선인 학살…구소련 자료서 '추가 확인'

입력 2025-08-11 21:12
수정 2025-08-11 21:14

일본군이 종전 이후에도 사할린 남부에서 조선인을 학살한 사건이 추가로 확인됐다.

11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패전 후 일본군과 관련 단체가 조선인을 집단 학살한 사건이 1945년 8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사할린 전역에서 발생했다.

8월 17일 18명이 살해된 가미시스카 사건, 같은 달 20∼25일 28명이 살해된 미즈호 사건 등이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다.

사할린주 향토박물관 담당자 율리야 딘은 2019년 러시아 정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2021년 사할린에서 벌어진 여러 학살 사건에 대한 수사 자료를 입수했고, 이를 통해 동 시기 학살 사건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후 사할린주 포베다 박물관의 연구자 엘레나 사벨리에바가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해 지난해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논문에 따르면 1945년 8월 15일 남사할린 북서부에서 조선인 남성 1명이 일본군 8명에게 총살됐다.

이 남성은 소련군 공습 중 신호를 보냈다는 스파이 혐의를 받았고, 남성의 시신은 '전투 훈련' 명목으로 일본인 27명에게 총검으로 수없이 찔리기도 했다.

같은 날 북동부에서는 일본인과 함께 의용대에 소속된 조선인 남성이 "일본인과 같은 무장을 달라"고 요구했다가 총살됐다. 또 9월 초에는 무기를 은닉한 장소를 소련군에 흘렸다고 의심을 받은 조선인 남성이 총살당했다.

해당 사건들에 대해서는 소련 당국이 조사에 착수해 학살에 가담한 일본인에 대한 청취나 희생자 시신 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기록됐다.

율리야 딘은 "전후 80년 가까이 지나서야 드러난 사건도 있다"면서 "(종전 후) 조선인은 일본인과 공생하는 동료였어야 했지만, 전시 상황 속에서 시민이 시민을 죽이는 사건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노우에 고이치 홋카이도대 문화인류학 명예교수는 "(구소련 측) 수사 자료는 당시 소련 정부 시각에서 작성된 것으로, 일본이나 조선 측의 시각이 빠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소련의 침공이 없었다면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