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석유화학 단지가 들어선 울산, 전남 여수, 충남 서산 세무서에서 거둔 국세가 최근 4년 새 36.3%(6조6251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 과잉과 수요 침체 여파로 석유화학 기업이 내는 법인세가 급감한 데다 인력 구조조정과 상여금 축소 영향으로 소득세 수입마저 감소했기 때문이다. 석유류 제품 판매 수입에 부과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덜 걷힌 영향도 크다. 돈이 돌지 않자 지역 상권도 초토화되고 있다.
11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수·울산·서산 세무서에서 거둔 국세는 13조3829억원이었다. 석유화학 호황기인 2021년(20조80억원)과 비교하면 36.3% 줄었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 등이 둥지를 튼 대산 산단을 관할하는 서산세무서의 국세 수입은 2021년 3조5592억원에서 지난해 1조8843억원으로 47.1% 감소했다. SK그룹의 석유화학 콤플렉스와 대한유화 등이 있는 울산세무서는 같은 기간 3조234억원(28.3%) 줄었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등을 관할하는 동울산세무서의 국세 수입은 매년 2조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여수세무서가 거둔 국세도 같은 기간 1조9268억원 감소했다.
세수가 감소한 것은 중국이 최근 몇 년간 에틸렌 등 범용 제품 생산을 급속하게 늘린 반면 경기 침체 여파로 수요가 줄어들며 공급 과잉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실적이 나빠지니 법인세가 덜 걷히고, 상여금을 못 주니 소득세가 감소한 것이다. 석유화학 업체의 설비 투자가 끊긴 여수산단에 자리 잡은 철골·배관업체의 연쇄 부도가 시작됐고, 대산단지 인근에 자리 잡은 식당 등 점포 250곳 중 절반가량이 문을 닫았거나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
대산=김진원/김우섭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