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년 채우기도 전 잘릴 판"…알바 '무기계약직' 전환에 술렁

입력 2025-08-11 17:51
수정 2025-08-18 16:08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지난 4월 기준 154만 명에 달한다. 2014년 59만4000명에서 두 배 넘게 늘었다. 증가 원인은 복합적이다. 초단시간 근로자에게는 주휴수당, 연차휴가,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어 영세 자영업자나 소규모 사업장이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에 한 명이 맡을 일을 여러 명으로 나누는 ‘쪼개기 고용’이 확산해 초단시간 근로는 더 늘었다. 플랫폼 경제 확산으로 배달, 청소, 간병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업에서 호출형·단기 계약직이 증가한 것도 이유다. 이들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가 최소 근무시간 의무화, 2년 이상 근속 시 무기계약직 전환 등 강력한 대책을 내놨다. ◇ 고용 축소 ‘부메랑’ 우려 국정기획위원회와 정부는 우선 공공 부문부터 주 15시간 이상 근무를 의무화하는 ‘최소 노동시간 보장’ 제도를 올 하반기 도입하기로 했다. 근로시간을 쪼개 초단시간 계약을 남발하는 관행을 공공 부문부터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국정기획위는 울산 동구의 ‘최소 생활 노동시간 보장제’ 모델을 본떴다고 설명했다. 울산 동구는 2023년부터 기존에 15시간 미만 근무하던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주 15시간 이상 근무시간을 보장해 주휴수당과 연차, 실업급여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문제는 재정이다. 별도 재정 보완 대책 없이 이 같은 정책을 전체 공공 부문으로 확산하면 예산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경우 초단기간 근로 비중이 높은 노인 공공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예를 들어 주 10시간 근로자 2명을 쓰던 지자체가 퇴직금, 주휴수당 등으로 인건비가 늘면 같은 예산으로 주 15시간 근로자 1명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란 뜻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 일자리 103만 개 중 주 20시간 이하 초단시간 일자리인 ‘공익활동형’ 일자리가 65만4000개(63.4%)에 달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시장 구조 개선이라는 정책 취지와 고령층 생계유지라는 현실적 필요가 충돌하는 만큼 정책 시행 전 이해당사자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 비정규직 보호법 실패 반복하나2007년 도입된 ‘비정규직 보호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은 계약직 근로자를 2년 넘게 사용하면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는 예외다. 이에 정부는 내년 하반기 법령을 개정해 초단기 근로자도 전환 대상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경영계에서는 비정규직 보호법의 오랜 부작용이 아르바이트 시장에서도 재연될 것으로 우려한다.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후 기업이 1년11개월 되는 시점에 계약직 근로자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경우 정년까지 해고가 불가능해 기업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모두 원해도 재계약을 할 수 없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한계 상황에 내몰린 영세 사업장은 이 같은 경향이 더욱 강할 것으로 경영계는 보고 있다.

근로자 측 수요 변화를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초단시간 근로자 중 ‘추가 취업을 희망한다’는 응답 비율은 2020년 19.4%에서 2024년 13.5%로 하락했다. ‘짧게 일하고 싶은’ 인구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추가 근로하고 싶어도 못 하는 ‘불완전 취업자’보다 생활방식과 근로 가치관 변화 등 개인 여건에 따라 단시간 근로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아졌다”며 “하한선을 15시간 위로 올리면 이런 사람들의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