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경영권 분쟁 끝낸 크린랩 "주방용품 넘어 생수사업 시작할 것"

입력 2025-08-11 17:30
수정 2025-08-12 10:58
“경영권 분쟁으로 훼손된 크린랩의 명성을 되찾겠습니다.”

지난 8일 서울 역삼동 크린랩 본사에서 만난 승문수 대표(사진)는 “지난해 5월 대표에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기업회생을 철회하고 악성 부채를 줄여 회사를 정상화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상장사인 이 회사는 국내 주방용 랩과 비닐장갑 시장에서 과반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크린랩은 지난해 3월까지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창업주 고(故) 전병수 회장과 차남인 전기수 전 대표가 2019년 최대주주이자 전 회장의 장남인 전기영 씨를 상대로 “부친에게서 증여받은 21만 주의 소유권을 무효화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장남 전씨의 조카인 승 대표는 “지난해 3월 대법원이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경영권 분쟁은 완전히 끝났다”며 “주방 랩의 대명사로 꼽히는 ‘크린랩’ 브랜드를 앞세워 회사 이미지와 실적을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행보는 주방용 랩과 위생장갑 같은 기존 주력 제품의 품질을 개선해 초격차를 내는 것이다. 이 회사는 2022년 사명을 ‘크린랲’(Clean wrap)에서 ‘크린랩’(Clean lab)으로 바꾸며 위생용품 사업을 본격화했다. 승 대표는 “안심하고 쓸 수 있는 고품질 제품이 저가형 유사 제품과 겨룰 수 있는 차별점”이라며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총선 당시 국내 전국 투표소에 위생장갑을 공급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일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을 내재화해 품질 검사를 더 철저히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체 매출의 10%에 그치는 해외 사업을 키울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경남 김해 공장에 신규 설비를 들여와 생산능력을 50% 늘리기로 했다. 승 대표는 “관세전쟁은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 요인”이라며 “주방용품 강국인 중국이 한국보다 더 큰 관세율을 받을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하면 이 차이를 활용해 미국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음달부터 생수사업도 본격화한다. OEM 방식으로 제공받은 생수를 생분해성 생수병에 넣어 공급하는 형태다. 승 대표는 “크린랩은 유해성 논란이 있던 폴리염화비닐(PVC) 재질의 랩에 대응해 세계 최초로 인체에 무해한 폴리에틸렌(PE) 재질 랩을 내놔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며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지 않는 페트병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린랩은 지난해 1392억원의 매출과 8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승 대표는 “안정적인 실적 기반을 토대로 압도적인 1등 기업 위상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