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수소특화단지’ 지정 공모를 앞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차세대 청정에너지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하고, 기업 유치와 고용 창출로 지역 경제 체질을 바꿀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해서다. 세제·재정·규제 완화 등 패키지 지원이 한꺼번에 이뤄지는 만큼 지자체마다 유치 경쟁이 뜨겁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지자체에 따르면 수소특화단지는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 전 과정을 포괄하는 산업 거점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법인세·지방세 감면, 보조금·융자 지원, 신기술 실증·상용화를 위한 규제 특례, 공장 인허가 간소화, 연구개발(R&D) 우선 지원, 전문인력 양성, 배후 정주 여건 개선 등 혜택이 제공된다.
산업부는 오는 14일 공모 서류를 마감하고, 하반기 현장평가와 종합심사를 거쳐 최종 지정 지역을 발표한다. 성장 잠재력, 인프라 수준, 기업 집적도, 지자체 지원 의지 등이 주요 평가 요소다. 정부는 특화단지 조성을 통해 수소 전 주기 생태계 조기 완성과 글로벌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각 지자체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라남도는 지난해 여수 묘도 일원을 ‘수소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하고 전남 동부권(여수·순천·광양)에 1500억원 규모의 ‘광양만권 수소 배관망’을 구축하고 있다. 서부권 영광 한빛 원전을 중심으로 청정수소 산업벨트도 조성한다. 수소특화단지를 통해 동·서부권을 잇는 수소 첨단산업 벨트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청정수소 생산으로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 다배출 산업을 저탄소 산업으로 전환하고 신성장동력을 창출한다는 목표다.
전북도는 완주군을 중심으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을 비롯한 수소저장용기·수소엔진·연료전지 기업 집적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수소용품검사인증센터, 상용차 내구성 검증센터 등 인프라를 갖춰 수소특화단지 지정 시 ‘즉시 사업화가 가능한 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밖에 경상남도는 창원시와 밀양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창원시는 기존 창원국가산업단지 확장구역을 중심으로 수소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시는 2019년 한국자동차연구원 유치, 2020년 한국가스공사와 수소생산기지 협약 체결, 2023년 미래 모빌리티 연구지원단지 조성 등 수소산업 육성 기반을 닦아왔다. 시는 지원시설 유치와 관련 기업 집적화를 통해 이곳을 수소산업 핵심 기지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밀양시는 지난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수소충전소를 설치한 데 이어 올해 4월 ‘수소상용차용 액화수소 활용 지원센터’ 공모에 선정되는 등 청정에너지 시설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나노소재·제품안전성평가지원센터와 수소환경 소재·부품 기업지원센터 건립도 추진 중이다. 시는 수소 분야 인프라를 강점으로 동남권 수소산업 거점 도시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충청남도는 지난달 당진시, 도내 24개 기관과 ‘당진 청정수소 생산 특화단지’ 조성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현대제철, 삼성물산 등 대기업과 연구기관이 대거 참여해 2030년까지 국내 최초 무탄소 수소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사업 대상지는 송산2일반산단~석문국가산단 15㎞ 구간으로 암모니아 수입 터미널, 수소 전환 분해시설(크래킹 플랜트), 수소 배관망, 충전소 등을 설치하고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당진·무안·창원=강태우/임동률/김해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