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능선 따라 달리다…바이크로 발견한 아름다운 길 [정기윤의 로드트립]

입력 2026-02-03 16:52
수정 2026-02-03 16:53
서울에 살면서도, 서울을 '여행'처럼 느끼는 날은 많지 않다. 같은 도로, 같은 사람, 같은 시간표 속에 묶여 살다 보면, 서울은 ‘지나치는 곳’이 돼 버린다. 그런 날, 오토바이에 시동을 건다. 목적지는 북악스카이웨이. 서울이라는 도시 속 능선 위에 있는 길이다.


인왕산로와 이어지는 북악스카이웨이는 인왕산과 북악산 능선을 따라 자하문에서 북악팔각정을 거쳐 정릉 아리랑고개로 이어지는 10㎞ 남짓한 도로다. 길지 않은 거리지만, 이 도로에 들어서면 도심의 빌딩과 아파트가 시야에서 사라진다. 울창한 숲과 성곽, 능선의 실루엣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구불구불한 길과 푸른 숲은 마치 한국의 지방도를 축소해 놓은 듯한 풍경이다.

중간중간 들를 만한 곳도 여럿 있다. 처음 마주하는 곳은 '초소책방'이다. 이곳은 과거 인왕산을 통제하던 경찰초소를 리모델링한 북카페다. 서울 한복판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책방이라는 별칭답게, 이곳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 산속에 앉아 도시를 바라보며 묘한 단절감을 느낄 수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시인의 언덕'이 나온다. 윤동주 시인이 이 일대를 산책하며 <서시>, <별 헤는 밤>, <또 다른 고향> 같은 대표작을 썼다고 한다. 시를 쓰지 않아도 충분한 여백의 공간이다.


서울이 가진 또 하나의 얼굴, 조용하고 담백한 그 풍경이 북악스카이웨이에 있다. 내려오는 길에는 다시 성곽과 도시가 맞닿는다. 이 구간에서 만나는 서울은 조금 더 가까이, 조금 더 현실적으로로 다가온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굳이 빠져나가지 않아도 된다. 익숙한 도시가 낯설어지는 이 짧은 구간, 북악스카이웨이 위에서 우리는 비로소 '서울을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얻게 된다.


외국인 친구에게 반나절의 시간이 있고, 그 친구에게 '한국'을 보여주고 싶다면 주저 없이 북악스카이웨이를 추천한다. 이 짧은 길 위에는 한국의 도심, 자연, 역사, 그리고 변화가 공존한다.

추천 경로
사직공원 → 초소책방 → 시인의 언덕 → 북악팔각정 전망대 → 정릉 아리랑고개 (약 10㎞)
주의사항: 초소책방과 팔각정에는 주차장이 있지만,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