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복싱계가 이틀 사이 프로복서 두명이 사망하면서 충격에 빠졌다.
10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현지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일 도쿄·고라쿠엔 홀에서 열린 일본 라이트급 도전자 결정전 경기 후 긴급 개두 수술을 받은 우라가와 히로마사 선수가 급성 경막하혈종으로 사망했다. 향년 28세.
지난 8일에는 아시아태평양(OPBF) 슈퍼패더급 타이틀 매치 12회전에서 무승부를 치르고, 경기 후 개두 수술을 받은 고타리 시게토시(28) 선수 역시 사망했다.
두 선수 모두 경기 후 신체의 이상을 호소했고, 도쿄 시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후 급성 경막하혈종 진단을 받고 수술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두 선수가 연이어 사망한 사례는 일본 복싱 역사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복싱연맹(JBC)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소식을 전하면서 "2명의 선수가 사망한 비극이 일어나 관리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여러 관련자와 협력해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코우치 쓰요시 사무국장은 "1라운드부터 격렬한 타격전을 벌일 수 있는 선수가 늘어났다"며 "12라운드는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향후 해외 경기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타이틀전을 기존 12라운드에서 10라운드로 단축하기로 결정했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복싱기구(WBO) 아시아·퍼시픽 타이틀전도 12라운드에서 10라운드로 줄인다. 오는 12일 고라쿠엔 홀에서 예정된 WBO 아시아·퍼시픽 슈퍼플라이급 타이틀전도 원래는 12라운드였으나, JBC는 경기 4일 전인 8일에 이를 10라운드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선수들의 체중감량 문제도 화두에 올랐다. JBC는 오는 12일 일본프로복싱협회와 비공식 회합을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면서 사고의 주요 요소로 지목된 감량 문제를 논의한다고 밝혔다.
복서들의 체중 감량은 대회 직전 체급을 맞추기 위해 수분을 배출하는 '수분 빼기(디하이드레이션)'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면서 몸에 무리를 준다는 지적이 이전부터 있었고, 이번 사망 사고에도 관련이 깊다는 지적이 나왔다.
JBC는 시험적으로 도입 중인 사전 체중 점검에 강제력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WBC가 운영하는 선수 체중 및 건강 상태 신고 앱 '박스메드(BoxMed)' 도입, 대학과의 연계, 미국 체육위원회의 의료 시스템 조사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안코우치 사무국장은 복싱의 폭력성과 공격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격 기술의 급격한 향상에 비해 방어 기술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내가 복싱에 관여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종목이라 할 정도로 현재의 공격력은 대단한데, 이런 공격에 노출되는 선수가 어떻게 방어할 수 있을지 더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