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은 웃고, 이민호는 울고"…팬들 돌변한 진짜 이유

입력 2025-08-11 07:49
수정 2025-08-11 08:26

영화 '좀비딸'은 해냈지만, 그보다 더 큰 사랑을 받은 원작을 등에 업은 '전지적 독자 시점'은 실패했다. 원작의 캐릭터성을 무시한 각색에 원작 팬들이 등을 돌리면서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하리란 관측이 우세하다.

웹툰과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JTBC '재벌집 막내아들', tvN '선재 업고 튀어',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등은 웹소설을 원작으로 했고, SBS '사내맞선'을 비롯해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tvN '견우와 선녀'도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극장에서 올여름 나란히 맞붙은 영화 '좀비딸'은 웹툰, '전지적 독자 시점'은 웹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두 작품 모두 원작부터 큰 사랑을 받았지만, 흥행 성적은 엇갈리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좀비딸'의 누적 관객 수는 9일 기준 302만6530명(9일 기준)을 기록해 개봉 11일 만에 300만명을 넘겼다. 공개 일주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220만명을 일찌감치 넘기면서 여름 극장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전지적 독자 시점'은 상영 일수가 보름을 넘겼음에도 같은 날 기준 누적 관객 수 103만1520명에 그쳤다. 이민호·안효섭·채수빈·나나·지수 등 유명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해 일찌감치 화제가 된 것 치고는 실적이 저조한 셈이다. 손익 분기점은 600만명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추세라면 제작비 회수도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전지적 독자 시점'은 동명의 웹소설이 회귀 판타지 장르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으며 웹툰으로도 제작돼 글로벌 누적 조회 수가 25억 회에 달하는 슈퍼 IP로 꼽혔다. 2020년부터 연재된 동명 웹툰은 네이버웹툰 판타지·무협 장르 1위, 수요웹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여름 최고의 블록버스터로 꼽혔던 '전지적 독자 시점'이 흥행에 고배를 마시게 된 원인으로는 무리한 각색이 꼽힌다. 특히 공개 전부터 이순신을 배후성(작중 후견인 설정)으로 두고 '칼의 노래'라는 기술을 쓰는 이지혜(지수 분)에게 칼 대신 총을 쥐여줘 논란을 불렀다.

여기에 방대한 세계관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자아낸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웹소설 본 편만 552회, 외전도 300회가 훌쩍 넘는 대작이다. 처음에는 주인공이 소설 속 설정을 미리 알고 눈앞에 닥친 일들을 헤쳐 나가는 평범한 '회빙환'(회귀·빙의·환생) 게임 판타지처럼 시작되지만, 뒤로 갈수록 이야기와 독자에 관한 심오한 영역으로 스토리가 확장된다.

하지만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같이 방대한 세계관의 소설을 영화로 성공적으로 만들어내며 흥행시킨 사례도 있는 만큼 '전지적 독자 시점'의 패착에 아쉬움을 남기는 애독자들이 적지 않다.

반면 '좀비딸'은 웹툰을 그대로 옮겨 온 것과 같은 높은 싱크로율을 내세워 원작팬들의 찬사를 받았고, 영상화 과정에서 필요한 서사를 탄탄하게 넣으면서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을 받는다. 입소문을 타면서 관객들을 꾸준히 극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팬들이 원하는 원작의 캐릭터성을 유지하기 위해 원작자에게 시나리오 각색을 맡기는 경우도 최근엔 늘어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무빙'은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강풀 작가가 직접 각본을 썼다. JTBC '이태원 클라쓰' 역시 원작자인 조광진 작가가 각본을 썼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원작자인 윤이수 작가 역시 그의 차기작 '해시의 신루' 드라마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