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는 범죄 급증…韓 형사공조 요청 '역대 최대'

입력 2025-08-10 17:43
수정 2025-08-11 00:37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가 증가하면서 우리 정부가 외국에 정식 요청한 형사사법공조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범죄의 전자화와 비대면화가 심화하면서 국내 수사기관이 해외 사법당국에 증거와 정보를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0일 법무부에 따르면 한국이 외국에 요청한 형사사법공조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1117건으로, 2015년(236건)에 비해 4.7배 증가했다. 2019년 320건에서 2021년 741건으로 급증한 뒤 2022년부터 매년 1000건을 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미 465건에 달했다. 지난해 69개국에 공조를 요청했으며 41개국으로부터 200건 안팎의 공조 요청을 받았다.

형사사법공조는 경찰과 검찰 등이 법무부를 통해 해외 사법당국에 증거와 자료를 요청하는 절차로, 확보한 자료는 국내 수사와 재판 절차에서 적법한 증거로 활용된다.

이 같은 국제공조 증가세는 이메일 사기, 해킹, 보이스피싱, 마약 등 초국가적 범죄 확산이 원인으로 꼽힌다. 법무부 관계자는 “IP 주소 등 인터넷 자료 요청이 가장 많고, 계좌 정보와 범죄인 소재 확인 요청도 상당하다”며 “미국 일본 중국 영국 싱가포르가 주요 요청국”이라고 말했다.

마약 범죄는 공조가 인적 단위로까지 이뤄진다. 대검찰청은 2019년부터 태국 마약청과 마약 수사관을 상호 파견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베트남 말레이시아까지 포함해 3개국으로 공조망을 확대했다.

해외에서 확보한 자료가 재판의 핵심 증거로 쓰인 사례도 있다. 인천지법 형사14부는 지난 2월 금괴 13억원 상당을 전동공구에 숨겨 일본으로 반출하려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관세법)으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과 벌금 6억6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 금괴 순도 확인 부족으로 공소기각됐지만 검찰이 일본과의 공조로 감정서를 확보해 제출하면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해외 공조 역량의 중요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범죄수익이 해외로 유출될 유인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 1992년 호주를 시작으로 지난해 싱가포르까지 35개국과 형사사법공조 협정을 맺었다. 지난 4월에는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유럽연합 형사사법협력기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