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식품사도 열관리 사활…친환경 냉난방공조 도입

입력 2025-08-10 17:40
수정 2025-08-11 00:40

고효율 냉난방공조(HVAC) 시스템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을 넘어 식품·유통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열 관리를 잘하면 상품 경쟁력이 높아질 뿐 아니라 전기료 등 생산·운영비도 아낄 수 있어서다. 스마트 인버터 시스템 등이 장착된 고효율 HVAC를 사업장 등에 도입하면 기존 냉난방 공조 시스템보다 적은 에너지로 원하는 온도로 조절할 수 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 근로자의 온열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어 대형 물류시설과 생산시설을 갖춘 유통·식품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탄소중립 열쇠 된 HVAC 10일 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400억원을 들여 6곳인 HVAC 도입 사업장을 5년 안에 60여 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HVAC를 도입해 탄소 배출량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서기로 했다. 동원그룹은 이를 위해 ‘HVAC 강자’인 LG전자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동원F&B 동원로엑스 동원시스템즈 등에 HVAC를 차례로 도입했다.

가장 큰 효과를 본 건 동원F&B의 ‘유제품 허브’인 경기 수원공장이다. 유제품은 살균 단계에서 원료 온도를 135도로 올렸다가 15초 만에 40도로 낮춰야 한다. 단시간에 온도를 조절하려면 대량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난다.

동원F&B는 스크루 냉동기와 스마트 관제시스템(BMS)을 갖춘 고효율 수랭식 HVAC로 에너지 사용량을 낮췄다. 2개의 스크루 엔진이 고온·고압 상태로 압축한 물을 냉각수로 식힌 뒤 팽창시키면 순식간에 온도가 낮아진다. BMS는 설비 운전 상태를 그때그때 최적화해 에너지 소모량을 최소화한다. 그 덕분에 수원공장의 에너지 소비량은 HVAC 도입 전보다 40% 줄었다.

동원그룹은 냉장·냉동식품을 다루는 동원로엑스 물류센터에는 고효율 HVAC를 활용한 콜드체인 시스템을 들였다. 이런 식으로 동원그룹이 최근 1년간 줄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00t이 넘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나무 한 그루가 연간 6㎏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만큼 HVAC 도입으로 약 17만 그루를 심은 효과를 거둔 셈이다. 면적으로 따지면 축구장 70개 크기 숲을 조성한 것과 비슷하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HVAC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란 ESG 로드맵을 이행하기 위한 핵심 도구가 됐다”고 했다. ◇이상고온에 고효율 냉방기술 주목대형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유통업체들도 근로자의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고효율 HVAC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고효율 HVAC를 설치하면 기존보다 적은 비용으로 사업장 온도를 낮출 수 있어서다.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대표적이다. 최근 고효율 HVAC 중 하나인 차폐식 냉방 시스템을 전국 주요 센터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냉기 유출 방지 기능이 있는 구조물을 설치해 작업공간을 밀폐한 뒤 냉기를 그곳에 집중하는 시스템이다. 또 물류센터 곳곳에 대형 실링팬을 설치해 냉기를 퍼뜨리고 있다.

세계적인 이상고온으로 글로벌 HVAC 시장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는 세계 HVAC 시장이 지난해 1659억달러(약 231조원)에서 2032년 2570억달러(약 358조원)로 54.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