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 불응한 학생 vs 욕설한 교사…법원 "학생이 교권 침해"

입력 2025-08-10 09:00

수업 시간에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학생을 향해 교사가 욕설했다 해서 그 자체로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정서적 학대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교사의 행위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 당시 교사의 태도나 학생의 반응, 학생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3일 대법원 제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학대) 혐의로 기소된 광주의 한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 A씨 사건에서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2년 5월 교실에서 학생 B씨가 핸드폰을 가방에 넣어두라는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자 그의 핸드폰을 뺏었다. B씨가 책상을 치며 짜증을 내자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그를 지칭하며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가 없네”라고 말했다. B씨의 옷깃을 잡아당긴 후 볼을 꼬집기도 했고, 또 B씨를 교실 뒤쪽에 12분가량 서 있게 했다.

검찰은 A씨가 B씨의 아동복지법 17조에서 금지하는 정서적 학대를 했다며 그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씨가 욕설한 것은 학대가 맞지만, 그 외 행위들은 훈계 목적이었다고 봐 선고를 유예했다. 2심은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다른 결론을 내렸다. A씨의 발언이 부적절하고 학생에게 불쾌감을 줄 순 있으나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로 보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A씨 발언의 계기가 된 B씨의 행위는 A씨의 교권을 침해하는 수업 방해 행위”라고 봤다. 이어 “담임교사인 A씨는 학생 지도에 관해 일정한 재량권을 가지며, 수업을 방해한 학생에게 훈계·훈육 등 교육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학생을 분리된 장소로 부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잘못을 지적했다 해서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A씨의 발언에 대해 “당시 A씨가 B씨에게 보인 태도, B씨의 성향, 발언의 정도와 경위 등에 비춰 보면 B씨의 인격을 직접적으로 비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학생을 진정시키려는 의도였거나 교육 현장의 세태와 어려움에서 나온 혼잣말 또는 푸념에 가까웠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B씨가 발언 직후 감정에 대해 법정에서 “좀 기분이 나쁘고, 슬프고, 친구들 많은 데서 들으니 쪽팔렸다”고 진술한 데 기초해 재판부는 “A씨의 발언으로 B씨의 정신 건강과 정상적 발달이 저해됐다거나 그런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봤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