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여, 나이 듦의 이중 잣대에 저항하라"

입력 2025-08-08 08:43
수정 2025-08-08 09:13
"나이 듦에 관한 이중 잣대는 여성을 재산으로, 달력이 넘어갈수록 값어치가 가파르게 떨어지는 물건으로 만든다."



미국 소설가 겸 예술평론가 수전 손택(1933~2004)이 '여성'을 주제로 남긴 글을 엮은 <여자에 관하여>에 실린 내용의 일부다. 1970년대에 쓰인 글이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손택 사후 20년이 지나 국내에 초역된 이 책이 의미를 갖는 이유다.

'20세기 미국의 지성'으로 불리는 손택은 평생을 따라다닌 주제로 '여성'을 꼽았다. 그는 여성이 나이 들며 느끼는 수치심, 아름다움과 외모에 대한 강요된 강박, 페미니즘과 파시즘 등 여성이 처한 현실을 지적이며 명료한 언어로 풀어냈다.

첫 장에 실린 에세이 '나이 듦에 관한 이중 잣대'에선 유독 여성의 노화에 가혹한 사회에 대한 손택의 비판적 시각이 드러난다. 그는 "나이 드는 일은 단순히 모든 여성의 삶에서 가장 큰 비극 중 하나이며, 틀림없이 가장 오래가는 비극"이라고 꼬집는다.

책에는 7편의 에세이와 인터뷰가 수록됐다. 이중 '매혹적인 파시즘'을 제외한 전편이 국내 초역이다. 1970년대, 손택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마흔 무렵 쓴 글들이다.

'나이 듦에 관한 이중 잣대'는 이런 문장으로 끝난다. "여성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이 들며 이 사회의 나이 듦의 이중 잣대에서 비롯된 통념에 적극적으로 불복하고 저항할 수 있다. (중략) 여성은 얼굴에서 자신이 살아온 삶이 드러나게 해야 한다. 여성은 진실을 말해야 한다." 50년 전 이야기라 현 시대와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그의 통찰력만큼은 깊이 새길 수 있는 책이다.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