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호남지역 현역의원을 상대로 ‘군기 잡기’에 나섰다. 호남 현장 최고위원회에 일부 광주·전남 지역 의원이 오지 않았다고 공개 비판한 것이다. 여권에선 정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경쟁자였던 박찬대 후보를 지지한 현역 의원들을 견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 대표는 이날 전남 무안 전남도당에서 최고위를 주재하면서 “전당대회 이후 첫 현장 최고위로 광주 전남 합동회의”라며 “광주시당 위원장과 전남도당 위원장이 오셨는데 광주 전남 소속 의원들은 다 어디 갔느냐”고 물었다. 그는 “사무총장께서 왜 (의원들이) 안 오셨는지 사유를 조사해주고 보고하도록 하라.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광주·전남 현역 의원은 18명인데 이날 현장 최고위에는 9명만 참석했다.
정 대표 발언 직후 회의에 불참한 호남 지역 의원들은 각자 SNS에 해명 글을 올렸다. 김원이 의원(목포)은 영국과 덴마크를 찾아 벤치마킹할 해상풍력 현장을 보고 있다고 올렸고, 정진욱 의원(광주 동남갑)은 현장 최고위 일정 확정 전 이미 독일로 가족여행을 갔다고 전했다. 이개호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은 한일의원연맹 부회장 자격으로 나가사키 원자폭탄 한국인 피해자 추도식 현장에 왔다고 설명했다.
당 일각에선 정 대표가 아직 전당대회 앙금이 남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현역 100명 이상이 박 후보를 지지했다. 이날 현장 최고위에 참석하지 않은 의원 상당수가 박 후보와 가까운 인물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해외 출장 등은 사전에 원내 지도부에 알리고 가는데 정 대표가 모를 리 없다”며 “호남 최고위가 열린다고 공지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그런 식으로 몰면 기강이 잡히겠느냐”고 꼬집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