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후보보다 '전한길'에 관심 집중…국힘 첫 합동 연설회

입력 2025-08-08 18:29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 현장에 나타나 연설회 내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 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후보를 공개적으로 "배신자"라고 연호하자고 당원들을 독려하기도 하면서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8일 국민의힘은 대구 엑스코에서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지역 합동연설회를 열었다. 연설회는 청년 최고위원 후보, 최고위원 후보, 당 대표 후보 순으로 진행됐다.

전 씨는 일반 당원이 아니라 전한길뉴스 발행이 자격으로 '프레스(PRESS)' 비표를 받아 입장했다. 전 씨는 연설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자신의 유튜브로 현장 생중계를 시작했다.

처음 소란이 벌어진 것은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의 정견 발표 때였다. 전 씨는 김 후보가 연설에 나서자 자리에서 일어서서 두 손을 들고 "배신자"라고 외치기 시작했고, 당원들이 이에 가세하면서 장내는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연단에 서 있던 김 최고위원 후보는 "여러분 저기 나와 있는 전한길 씨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데 저런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나"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어 연단에 오른 손범규 최고위원 후보는 "왜 새로운 지도부를 뽑는 이 자리에서 왜 국민의힘은 싸워야만 하나"라며 "다른 후보가 연설하는데 배신자라고 외쳐야 하겠나"라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식의 소란은 '찬탄'의 2명 후보와 '반탄' 2명 후보로 이뤄진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하면서도 이어졌다.

'찬탄' 후보인 조경태 후보 연설 도중 전 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청중석을 향해 팔을 들어 보였다. 조 후보가 연설에서 "아직 우리 당은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다"며 "부정선거 음모론자를 덜어내지 못하고, 윤어게인을 외치는 자를 몰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자, '윤어게인' 현수막을 든 지지자들에게 반발을 유도한 행동으로 보인다.

전 씨는 마지막 연설 주자로 나선 또 다른 '찬탄' 후보인 안철수 후보의 연설이 시작되자 현장을 떠났다.'반탄' 김문수·장동혁 vs '찬탄' 안철수·조경태 구도 명확한편, 이날 후보들은 각각 8분이 주어진 첫 연설회에 '찬탄' 대 '반탄' 구도를 명확히 드러냈다.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강성 지지층 결집을 노린 강경 발언을,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혁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동혁 후보는 "부족한 저희가 결국 탄핵을 막지 못했다. 탄핵은 막지 못했지만, 범죄자에게 정권만은 도둑맞아선 안 된다며 끝까지 싸우자고 했던 기대마저 저버렸다"며 "전직 대통령이 다시 구속되고 인권 유린당하고 있지만, 우리는 혹시나 내란 세력으로 몰릴까 봐 절연하자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제 장동혁이 바꾸겠다"며 "거짓 선동과 프레임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후보도 연설 내내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반미 친북 극좌 반기업 부패 세력"이라며 "이재명 총통 독재를 물리치고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위대하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재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과 손잡고 이재명 일당 독재와 싸워야 한다"며 "우리 당 내부는 단합하고 민주당과는 힘차게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경태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반성'에 더 집중했다. 조 후보는 "어제 NBC 여론조사에서 우리 당 지지율이 16%로 떨어졌다. 탄핵에 반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고, 윤 어게인을 부르짖을수록 국민의힘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고 직격했다.

조 후보는 "그런데도 아직 우리 당은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를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윤 어게인을 외치는 자들을 몰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외면당하는 정당으로서는 절대 집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 역시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며 대통령직을 차버린 사람,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탄핵 심판에도 보수의 핵심 가치인 법치주의는 내팽개치고, 여전히 윤어게인을 신봉하는 사람들, 대선 후보 교체의 난장판에도 나는 죄가 없다고 외치는 국회의원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람까지도 전부 뭉치기만 하면 다 잘 풀릴 거라는 극단 세력의 대변자들이 대구, 경북에 표를 맡겨놓은 것처럼 손을 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대구와 경북 당원들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저는 극단 세력, 선동가들, 한 줌 계파세력에 일절 흔들리지 않고 당원과 국민만 바라보며 이 경쟁에 나섰다. 보수정당의 근본인 유능, 헌신, 품격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