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직후 돌연 자백…2심서 유죄, 대법 "진술 신빙성 다시 따져봐야"

입력 2025-08-07 17:46
수정 2025-08-08 00:02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2심에서 돌연 자백해 유죄로 뒤집혔다면 이 진술의 신빙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에서 지난달 3일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제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0월께 제주 서귀포시에서 트랙터로 좌회전하던 중 트랙터 왼쪽에서 직진하던 B씨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B씨는 이 사고로 인한 두부 외상 출혈로 사망했다. 검찰은 A씨가 좌회전 직전 트랙터를 멈추고 좌우를 살폈어야 했는데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그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에서는 검찰이 신청한 증인이 불출석하자 재판부가 ‘도주·증거 인멸 우려’를 사유로 A씨를 법정에서 구속했다. 이후 A씨 변호인은 “과실을 모두 인정하며, 증인 소환도 필요치 않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A씨 진술이 구속 전후로 달라진 점에 주목하며 원심 판단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구속된 사람은 허위 자백을 하고서라도 자유를 얻고자 하는 유혹을 느끼는 경우가 있으므로 진술의 신빙성이나 증명력을 평가할 때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피고인의 진술이 자백으로서 유력한 증거 가치를 가진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석명권 행사 등으로 그 취지를 정확하게 밝혀보고, 증인 신문 절차를 거쳐 신빙성을 진지하게 살펴봤어야 했다”고 판시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