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시 활황으로 거래대금이 늘면서 주요 증권사가 올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냈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부담이 줄자 줄줄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한투증권 “올해 2조원 이익 가능”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2분기 순이익이 연결 기준 405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3.2% 늘었다고 7일 공시했다. 매출은 7조6949억원으로 62.9%, 영업이익은 5004억원으로 83.1% 증가했다. 6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1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9%로 역대 최고치였다.
상반기로 넓혀 보면 미래에셋증권 순이익은 6640억원이었다. 특히 해외법인이 실적 상승을 견인하면서 작년보다 80%나 늘었다. 상반기 해외법인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만 2242억원에 달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상반기 전체 세전이익 중 26%가 해외에서 창출됐을 만큼 글로벌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관리(WM) 부문에선 고객자산 약 533조원(국내 453조원, 해외 79조원), 연금자산 47조원으로 집계됐다.
다른 대형사도 상반기에 호실적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역대 최대였다.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64.1% 늘어난 6291억원, 순이익은 68.6% 증가한 5770억원이었다. 상반기 기준으론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조1479억원과 1조252억원이었다. 반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한 것은 국내 증권사 중 처음이다.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에 더해 국내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한투증권의 개인 금융상품 잔액은 연초 67조7000억원에서 6월 말 76조1000억원으로 12.4% 불어났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올해 영업이익 2조원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사인 NH투자증권 역시 상반기 연결 기준 순이익이 465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0% 늘었다. 키움증권 순이익은 같은 기간 5457억원을 기록했다. 14.4% 증가한 수치다. ◇부동산 PF 부실 털어낸 중소형사부동산 PF 위기가 한풀 꺾이면서 중소형 증권사의 실적도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현대차증권은 상반기에만 4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 부문에서 실적 개선을 이끌면서다. 작년 한 해 순이익(362억원)을 넘어섰다.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부문 매출이 1152억원으로 30.8% 늘었다. 기업금융(IB) 부문 매출 역시 1년 전과 비교해 48% 증가했다.
iM증권 역시 1분기(274억원)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2분기(267억원)에도 순이익을 기록했다.
중소형사가 호실적을 낸 것은 부동산 PF 충당금 부담이 줄어든 덕분이란 분석이다. 증시 활황 속에서 채권 등 운용자산의 평가이익이 증가한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부동산 PF 충당금이 줄어드는 와중에 기관과 법인을 대상으로 한 홀세일 부문의 수익성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증권사는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KB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9%가량 감소한 3424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을 지속적으로 쌓은 영향이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