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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공급망 미국 이전’ 기조에 맞춰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 생산 기지에서 주요 제품과 부품을 생산해 왔던 애플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6일(현지시간) 미국에 1000억달러(약 140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2월 회사 측은 “향후 4년간 미국에 5000억달러 이상을 지출·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보다 투자 규모를 증액한 것이다. 애플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애플의 미국 투자 속도를 대폭 올리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추가 발표에는 애플의 공급망과 첨단 제조업을 미국으로 이전하기 위한 ‘미국 제조 프로그램(AMP)’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미 전역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내 핵심 부품 생산을 더욱 늘리도록 장려할 계획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미국 제조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이번 계획에는 미국 전역의 10개 기업과의 신규 및 확대 협업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반도체 장비 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광전자 및 레이저 기술 기업 코히런트(이상 텍사스), 유리 제조업체 코닝(켄터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애리조나) 등 10개 파트너사와 미국 전역에서 생산을 시작할 전망이다. 애플 인텔리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 확장도 노스캐롤라이나, 아이오와, 오리건 등에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미국 내 45만 개의 공급망 일자리를 지원하고, 향후 2만 명을 직접 고용할 예정이다.
그동안 애플에 대해 미국 생산을 요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의 이번 결정에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고율 관세를 피하고자 했던 팀 쿡 CEO에게도 큰 승리”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애플이 해외의 아이폰 제조 기반을 미국으로 옮기지 않으면 최소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애플의 투자계획 발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쿡은 돌아오고 있다. 애플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뜻”이라며 애플의 계획을 칭찬했다.
또한 애플을 예로 들어 미국 내 생산 시 무관세를 약속했다. 그는 “애플과 같은 기업들에게 좋은 소식은, 만약 당신들이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거나, 미국 내 생산을 확실히 약속한 경우에는 아무런 관세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애플의 공급망 조정으로 회사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란 경고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0년 넘게 스마트폰을 의미 있는 규모로 생산하지 못한 미국은 아이폰처럼 정교한 기기를 조립할 수 있는 제조 기술이 부족하다”며 “현재 아시아에 깊이 뿌리내린 공급망 덕분에 유지했던 높은 이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날 애플의 추가 투자 소식에 나스닥시장에서 애플 주가는 전일 대비 5.09% 급등한 213.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