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시장 잠식한다' 빗장 건 농업·서비스업…오히려 경쟁력은 후퇴

입력 2025-08-06 18:03
수정 2025-08-07 00:50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시장을 열면 특정 산업은 경쟁력을 얻지만, 보호를 선택한 업종은 그 반대 처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통상 전문가들은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키운 사례로 한국의 콘텐츠산업을, 보호로 경쟁력을 잃은 사례로 한국의 농축산업과 서비스업을 꼽는다.

미국은 한·미 FTA 체결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스크린쿼터(한국 영화 의무 상영제) 축소를 요구했다. 정부는 영화인들의 극렬한 반발에도 이를 밀어붙여 146일인 스크린쿼터를 73일로 줄였다. 잠시 점유율이 하락하던 한국 영화산업은 2010년대 들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천만 관객 영화가 여럿 등장했다. 보호막이 줄어든 영화산업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정면 승부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기획력과 완성도가 크게 올라갔다. 최근 K콘텐츠가 넷플릭스 등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농업은 개방을 피했다. 정부는 ‘농산물의 97.9%는 무관세’라 설명하지만, 실상은 까다로운 검역·통관 등 비관세 장벽으로 수입을 저지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농산물 가중평균 관세율은 89.3%로 세계 1위다. 통상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와의 통상협상에서도 농산물이 걸림돌이 될 때가 많다”고 지적한다.

농업계는 쌀·소고기 시장 개방을 막아내면서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식량안보적 가치를 지켰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농축산업이 ‘보조금 산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정부가 지급하는 농업직불금은 2011년 1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농림·축산·수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내 비중은 4.8%에서 3.6%로 낮아졌다.

법률, 의료, 금융 등 서비스업도 비교적 시장을 덜 연 분야다. 정부는 협상 당시 ‘미국 선진 기업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반발을 수용해 약 40개 분야를 ‘미래유보’로 남겨뒀다. 그 결과 국내 시장 보호엔 성공했으나 13년이 지난 지금도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다.

최병일 태평양 통상전략혁신 허브 원장은 2006년 언론 기고문에서 “서비스업은 우리 전체 고용의 70%를 자치하지만, 국민 소득의 55%밖에 창출하지 못한다”며 “FTA를 통한 개방으로 서비스업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서비스업의 고용 비중은 전체의 65%에 달했지만, GDP 비중은 44%에 불과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