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에 기저귀 사두자"…美 소비자들, 수입 생필품 사재기

입력 2025-08-06 17:47
수정 2025-08-07 01:31
“관세 발효 전에 기저귀가 100개 이상 들어 있는 대용량 박스를 몇 개 사려고 왔는데 거의 없네요. 이런 상황은 처음 봅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티터버러 월마트에서 만난 크리스티나 지머 씨는 “다들 비슷한 생각으로 기저귀를 사 가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7일 미국 상호관세가 발효되는 가운데 미국 소비자들이 생활필수품을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이날 대형마트에선 기저귀뿐 아니라 세제, 학용품 등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의 매대가 빠른 속도로 비워졌다. 이 같은 분위기가 고조되자 일부 제조업체에선 ‘관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관세 영향이 없거나 작다는 점을 내세워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지머 씨보다 5분 정도 늦게 온 레아 레디 씨도 관세 발효 전 기저귀를 쟁여두기 위해 왔다. 기저귀는 프록터앤드갬블(P&G)과 킴벌리클라크 제품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수입해야 하는 소재가 많아 관세에 따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구조다. 세탁세제도 비슷한 상황이다. 세탁세제에 쓰인 계면활성제를 비롯해 얼룩 제거에 필요한 효소까지 대부분 수입품에 의존한다. 이날 월마트의 세제 매대도 비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패러머스 타깃 매장에선 가을학기를 앞두고 학용품을 사러 온 학부모로 가득했다. 매장 관계자는 “보통 학부모들이 8월부터 학용품을 사기 위해 찾아오는데 올해는 6월 말 여름방학이 시작하자마자 몰려들었다”며 “공책, 연필, 색연필 등 수입품 비중이 크다 보니 소비자도 관세를 의식해 미리 사두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관세 영향이 작거나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기업이 상당수다. 최근 닛산은 무라노, 로그 등 미국 내 판매하는 자동차들이 관세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광고하고 있다.

한편 미국 경제학자들은 관세에 따른 부작용이 미국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경고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관세 충격이 미국 물가를 올리고 소비와 고용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예일대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7일 발효되는 관세율을 반영한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은 18.4%로,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시행된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것으로 분석됐다. 스무트-홀리 관세법이란 1930년 미국에서 제정된 보호무역주의 법률로, 미국 정부는 2만여 개 품목에 40% 이상의 관세율을 부과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이 같은 관세율이 유지되면 미국 소비자물가를 단기적으로 1.8%포인트 올리고, 미국 가계는 올해 기준으로 가구당 평균 2400달러의 실질소득 감소 충격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가계 실질소득 감소는 소비 둔화로 이어지며 미국 성장률을 올해와 내년 각각 0.5%포인트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