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손실나도 세금 더 내라"…채권시장 얼어붙나

입력 2025-08-06 17:39
수정 2025-08-07 02:17
▶마켓인사이트 8월 6일 오전 11시 18분

예대마진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는 은행권을 겨냥한 세제 개편이 채권시장 유동성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세법 개정을 통해 연간 1조원 이상의 영업수익을 낸 금융회사에 적용하는 교육세율을 0.5%에서 1%로 인상하기로 하면서다.

증권사들은 채권 매매에 따른 리스크 헤지(위험 회피)를 위한 파생상품 거래에서 손실이 얼마가 나든 현물에서 발생한 이익만 기준으로 과세하는 왜곡된 구조가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 거래를 위축시키고 기업의 자금 조달 차질까지 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횡재’뿐 아니라 ‘악재’에도 세금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정부 교육세 부과 방식 개편으로 대형 증권사의 관련 세 부담은 연 100억~2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5년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사의 수익 중 1조원 이하에는 기존 0.5% 세율이 교육세로 부과되는데 초과분에 대해선 세율이 두 배로 오른다. 이를 통해 정부는 금융사 60여 곳에서 연간 1조3000억원가량의 세금을 추가로 걷을 계획이다.

증권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채권 거래 구조 때문이다.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가 그대로 수익으로 확정되는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채권 투자 과정에서 리스크 헤지를 위해 파생상품을 동시에 매매한다. 채권 실물 투자에서 수익이 나면 파생상품에서는 손실이 날 가능성이 높은데 세정당국은 파생상품의 손실은 사실상 무시하고 실물투자 수익만 놓고 과세하고 있다.

가령 A증권사가 3년 만기 국채 10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3년 국채 선물 200억원어치를 매도해 현물에서 10억원의 수익을, 선물에서는 5억원의 손실을 봤다면 교육세는 이익을 본 10억원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상승해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위험을 방어하려면 선물 매도를 통한 헤지 거래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채권 선물 투자에서 본 손실은 주식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군의 거래 내역을 묶어 1년간 손익을 통산한 뒤 과세 대상 금액을 산출한다. 갖가지 종류의 파생 거래 관련 손익을 묶다 보니 개별 거래에서 거둔 실제 손익과 차이가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년째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며 “세율만 갑자기 두 배로 올리니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에 기재부 관계자는 “외화 외의 금융 거래는 파생상품 손실을 반영하지 않고 과세한다”며 “기업이나 점포 전체의 손익과 관계없이 부과하는 부가가치세와 같은 구조”라고 했다. ◇“채권 거래 위축 불가피”이런 가운데 세율이 두 배로 뛰자 일선 증권사의 채권 트레이딩 부서는 고민에 빠졌다. 거래를 많이 할수록 세금 부담 증가폭이 커져 채권 거래 전략을 다시 짜야 하기 때문이다. 이자로 수익이 붙는 채권 상품의 특성상 채권을 많이 보유한 대형 증권사일수록 세금 부담이 불어난다.

한 증권사 채권 운용역은 “‘횡재’가 아니라 ‘악재’가 생겨도 채권 보유량이 많으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불합리한 세금 부과 구조”라며 “채권 거래 방식은 물론 보유 규모까지 다시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의 트레이딩 담당 임원도 “정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증권사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거래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는 기업의 자금 조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회사채 시장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는 현물 회사채를 인수할 때도 국채 선물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금리 변동 리스크에 대응해 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관련 거래 축소는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은행을 잡겠다는 교육세 인상이 기업 자금 시장에 영향을 주는 나비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