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부간 이혼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이혼 전 마지막 만날 사람’ ‘중장년의 오은영’ ‘부부 통역사’ 등 별명도 다양하다. 이혼을 고려 중인 부부 간 갈등을 다룬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 ‘이혼숙려캠프’를 통해 유명해진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사진)다.
이 교수는 지난 5일 “예전에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혼자 조용히 삭혔다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위로와 마음의 안식을 찾고자 상담사를 찾는 부부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큰 문제가 없더라도 삶의 방향을 재점검하기 위한 목적의 ‘희망 상담’도 새로운 트렌드라고 했다.
이 교수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교양 수업으로 들은 심리학에 매력을 느껴 진로를 틀었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상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 등을 거쳐 한국노인상담센터장, 인성심리연구소장 등을 맡고 있다. 방송과 강연 등을 통해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말투 대신 단호한 어조로 카리스마를 내뿜어 주목받았다. 쉬운 언어로 핵심을 찌르는 직설화법이 그의 주특기다.
이 교수는 “상담은 타인이 나를 믿고 그의 내밀한 삶에 초대하는 것”이라며 “갈등의 원인을 빨리 파악하고 구조화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상담받으려면 최소 1년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이 교수는 “저의 상담을 기다리기보다 시·도 가족센터를 이용해 상담을 받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잘 알려진 전문가에게 상담받는 것보다 나와 라포(상호 신뢰와 친밀감)를 잘 형성할 수 있는 상담자가 더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든 긁힐 수 있는 마음의 생채기를 빨리 치유하는 ‘회복 탄력성’을 길러주는 게 상담의 목적이다.
이 교수가 무조건 이혼을 뜯어말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들어보고 이혼을 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그는 “이혼을 꼭 해야 하는 세 가지 경우가 있는데 배우자의 지속적인 외도·폭력·중독은 절대 고칠 수 없다”며 “이 세 가지는 배우자의 삶과 내면을 말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혼 전보다 이혼 후가 더 나은 삶이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이혼 준비를 결혼 이상으로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재혼 배우자가 초혼 배우자와 닮은 성격인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결핍 때문에 이전 배우자와 비슷한 사람을 고르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 그런 선택을 하면 계속 넘어지는 인생을 살게 된다”고 했다.
이 교수가 요즘 주목하는 이슈는 행복한 노년이다. 은퇴 상담이 대부분 ‘돈과 재태크’에 집중돼 있는데, 이게 다가 아니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교수는 “고령 자산가 상담도 많이 하는데 이들조차도 행복하지 않은 노년의 삶 때문에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을 담아 지난 2월 <이호선의 나이 들수록:관계 편>을 출간했다. 그는 “보육원을 나와 막막하게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인세를 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종필/사진=임형택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