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게이트 수사, 트럼프 향하나…클린턴 부부 출석 요구

입력 2025-08-06 06:58
수정 2025-08-06 06:59


미국 의회는 5일(현지시간)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2019년 사망)의 '파일'을 둘러싼 의혹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등에게 증인 자격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AP통신 등은 이날 하원 감독위원회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출석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또한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법무장관이었던 메릭 갈런드와 트럼프 1기 때 연방수사국(FBI) 국장으로 재임하다 해임된 제임스 코미를 포함한 8명의 전직 고위급 법 집행 당국자에 대해서도 소환장을 발부했다.

그뿐만 아니라 법무부에 엡스타인 관련 파일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금융 갑부' 출신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을 포함한 유력자들과 친분이 있었던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 등으로 체포돼 2019년 수감 도중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최근 엡스타인 성 접대 대상자 명단 등을 트럼프 행정부가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소환장 발부는 의회가 진상규명을 위해 나서려는 행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다만 연방 하원의 다수당이 집권 공화당이라는 점에서 거물급 민주당 인사인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소환은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관계에 쏠리는 세간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는 시도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될 수 있어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엡스타인 연관설에 "나는 그의 카리브해 섬에 방문하는 영광을 누린 적이 없다"고 선을 그으며 "클린턴 전 대통령은 거기에 몇 번 갔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엡스타인은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속한 리틀 세인트 제임스와 그레이트 세인트 제임스라는 섬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그곳에서 유명 인사들을 접대하며 미성년 소녀들을 성매매 목적으로 유인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클린턴은 그 섬들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왔으며, 엡스타인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아무런 정보를 몰랐으며 엡스타인을 만난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질문을 받은 클린턴의 보좌관은 클린턴은 엡스타인과 마지막으로 접촉한 것이 20년 전이라고 해명했다.

팸 본디 법무장관은 지난 2월 엡스타인의 '접대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말했으나 법무부가 지난달 "접대 리스트는 없고, 추가 공개할 문서도 없다"고 전하면서 은폐, 축소 의혹이 불거졌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엡스타인 관련 수사 기록에 등장한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