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부터 체화하라"…'AI 몰입경영' 나선 진옥동

입력 2025-08-05 17:58
수정 2025-08-06 01:29
신한금융그룹의 본부장 이상 임원 250여 명은 지난 6월부터 매주 인공지능(AI)을 활용해야 하는 과제를 받았다. 챗GPT로 업무 관련 두 쪽짜리 보고서를 작성하라거나 감마로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제작하라는 식이었다. 일부 임원 사이에서는 “사실상 실무자 몫인 보고서와 발표 자료까지 만들어야 하느냐”는 불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달 1일 열린 하반기 경영포럼에서 임원을 대상으로 일종의 현장 테스트까지 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AI 시대의 리더십은 기술을 이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어야 진짜 경쟁력이 된다는 진옥동 회장의 생각이 강하다”며 “위에서부터 체화하지 않으면 현장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경영 전략에 AI 포함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이달 중순 진 회장 주재로 열리는 사장단 회의 주제를 AI 경영으로 채택했다. 각 계열사가 AI를 활용한 경영 전략과 비전을 공유하고, 그룹 차원의 실행 방향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내년 경영 전략과 그룹의 중기 전략에도 AI를 주요 화두로 포함하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최근에는 AI 관련 기업을 잇달아 초청해 임원 대상 강의를 열고 있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AI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연 강의에서 “AI 도입 효과가 가장 클 수밖에 없는 산업이 금융업”이라며 “금융사가 보유한 엄청난 데이터는 AI를 통해 쓰임새가 한없이 확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은 구글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와 뤼튼 같은 AI 스타트업 인사를 초청했다. 지주사 전 직원 역시 AI 관련 온라인 수업을 6주 동안 들었다.

신한금융이 AI에 전사적으로 몰입하는 것은 진 회장의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디지털 혁신은 금융권에서 오랜 기간 화두였지만, AI는 금융업 전반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차원이 다른 전환점이라는 게 진 회장의 판단이다. 진 회장은 “AI를 단순한 효율화 도구가 아니라 신한금융의 생존을 좌우할 전략적 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인식을 내부에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접 AI 에이전트 활용도진 회장은 개인적으로도 AI 에이전트를 활용하고 있다. 진 회장의 AI 에이전트는 매일 그룹사 관련 조간신문을 스크랩하고, 간밤 해외 주식시장 동향까지 정리해 놓는다. 경영진 회의 전 각 부서 주요 이슈와 계획도 브리핑받는다. 진 회장이 오찬 일정이 있을 땐 식당 안내와 외부 인사의 최근 동향까지 제공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AI 에이전트가 과거에는 여러 부서 직원 10여 명이 분담해 준비하던 업무를 수행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AI를 통해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를 실현하는 게 목표다. 자산 관리, 보험 설계, 고객 데이터 분석 업무 등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룹 통합 플랫폼인 ‘신한 슈퍼쏠’에도 고객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재 2400여만 명인 신한금융 플랫폼의 전체 월간활성이용자(MAU)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생성형 AI가 고객 관심사에 최적화한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AI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금융위원회에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 곧바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김진성/조미현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