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AI 시대의 질문법

입력 2025-08-05 18:11
수정 2025-08-06 09:57
2023년 11월, 챗GPT는 출시 1년 만에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했다. 불의 발견이 농업혁명을 가져오고 동력의 발명이 산업혁명을 견인했듯, 인공지능(AI)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인류를 문명사적 대전환으로 이끌고 있다. 수렵·채집 시대-농업 시대-산업 시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면서 현대의 가치체계는 비연속적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고, 인간의 삶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한 변화 중 중요한 한 가지는 ‘질문의 본질’이 바뀐다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질문은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함이었다면, AI가 인류가 축적한 모든 지식을 학습한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정보가 누구에게나 무한히 제공될 것이기 때문에 전제를 의심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질문이 가치가 더 커질 것이다. 이것이 AI 시대의 새로운 질문법이다.

혁신 기업들의 성공 요인을 보면 이런 패턴이 뚜렷하다. 이들은 모두 ‘통념’에 의문을 제기했다. 2007년 노키아는 세계 휴대폰 시장의 40%를 장악했지만, 휴대폰을 ‘통화하는 기계’로만 인식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왜 휴대폰으로 통화만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스포티파이는 “왜 음악을 소유해야 하지?”라고 물으며 세상의 모든 음악을 클라우드에 올리고 있다. 이런 질문은 지식의 탐구라기보다 기존 가치에 대한 회의이며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도전이다.

변화는 조직 현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왜 성과는 시간으로 측정하나요?” “수직적 의사결정이 정말 효율적인가요?” “개인의 창의성을 조직 논리에 맞춰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최근 MZ세대가 던지는 질문들이다. 이들은 업무 방법을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관행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질문이 원격근무, 수평적 소통, 성과 중심 평가로 이어지며 조직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질문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스탠퍼드 D 스쿨은 혁신적 질문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첫째, 다양한 맥락에서의 경험이다. 다른 문화권, 다른 사고 체계의 관점을 접해본 사람일수록 기존 틀을 벗어난 질문을 만들어낸다. 둘째, 의도적으로 의심하는 훈련이다. ‘왜 이렇게 해야 하지?’를 일상적으로 자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셋째, 실패에 대한 관용이다. 좋은 질문은 때로 기존 질서에 도전하기 때문에 저항이 있지만,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중요하다.

AI 시대는 분명 기회의 시대다. 이제까지 ‘왜’를 묻는 것이 일부 혁신가와 리더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앞으로는 질문 역량이 모두에게 필수적이다. AI가 도구를 만드는 인간(호모 파베르)에서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인간(호모 크리티쿠스)으로의 진화를 촉발하고 있다. 나는 어떤 질문을 가지고 오늘 하루를 살았는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