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시리즈를 통해 양성평등 재현을 돌아보고 문화적 다양성에 기여하는 콘텐츠 페스티벌 '벡델데이 2025'가 올해의 영화 10편을 발표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후원하는 '벡델데이 2025'는 5일 '검은 수녀들', '그녀에게', '딸에 대하여', '럭키, 아파트', '리볼버', '빅토리', '최소한의 선의', '파과', '하이파이브', '한국이 싫어서'이 벡델 초이스 10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벡델데이 2025' 영화 부문은 125편의 실질 개봉작 및 OTT 오리지널을 심사해, 여성 캐릭터의 등장과 대화, 서사의 성평등성, 소수자 혐오 배제 등 7개 항목을 충족하는 작품을 선정했다.
올해의 선정작들은 장르와 서사에서 기존 한국 영화의 성별 구도를 뒤흔들었다. '검은 수녀들'은 수녀를 퇴마의 주체로 내세워 '여성 주인공의 귀한 출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파과'와 '리볼버'는 남성 중심 범죄 느와르를 여성 시선으로 재해석했고, '하이파이브'는 10대와 중년 여성 캐릭터를 슈퍼히어로물 전면에 세워 나이와 성별 장벽을 허물었다.
독립영화 부문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와 관계의 여성 캐릭터가 주목받았다. '그녀에게'는 장애 아동을 둔 어머니의 현실과 경력 단절 문제를 입체적으로 다뤘고, '한국이 싫어서'와 '럭키, 아파트'는 차별과 혐오를 정면으로 다뤘다. '딸에 대하여'·'최소한의 선의'·'빅토리'는 여성 간의 연대와 성장, 세대 간 교감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이화정 벡델데이 프로그래머는 "올해 선정작들을 살펴 보면 남성 감독이 여성 캐릭터를 주연으로 한 작품이 증가했다"면서 "이같은 창작자의 성별의 변화는 여성이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매력적인 서사의 중심으로 인정받았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인감독의 진입이 저조한 산업적 위기의 한가운데, 여성감독의 상업영화 진입은 더 많이 가로막혀 있다는 점은 한국 영화계가 여전히 풀어나가야 할 당면한 과제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올해 '벡델데이 2025'는 9월 6일부터 7일까지 KU시네마테크에서 이틀간 열린다. 올해의 벡델리안들과 함께 콘텐츠 내 양성평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스페셜 토크 '벡델리안과의 만남'을 비롯해 벡델데이의 취지를 보다 쉽고 편안하게 관객들에게 알리는 '특별 기획 토크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또 '벡델초이스 10'으로 선정된 작품을 극장에서 만나는 ‘무료 상영’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