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이프이스트-국제경영 컨설턴트 이야기] 구찌의 위기와 코치의 부활

입력 2025-08-06 17:36
수정 2025-08-06 17:37
럭셔리 시장의 변곡점에서 나는 두 브랜드의 내부를 경험했다

글로벌 럭셔리 시장이 전례 없는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 팬데믹 이후의 보복 소비는 잦아들었고,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은 고가 소비에 제동을 걸었다. 브랜드 충성도보다 ‘가치 소비’가 우선되는 시대, 소비자는 이제 제품보다 브랜드의 태도와 철학에 주목한다.

이런 시장의 전환기에, 흥미로운 두 브랜드의 방향 전환을 직접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캐나다의 구찌 (GUCCI) 와 코치(COACH) 지사 면접에 참여할 기회를 동시에 가져 본 것이었다. 그 과정 속에서 전혀 다른 전략과 조직문화, 그리고 상반된 결과를 보여준 두 기업은, 경영 컨설턴트로서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질문 '조직문화는 전략을 결정짓는가'에 다시금 명확한 답을 주었다.

구찌 (GUCCI) - 철학 중심의 정교한 조직, 그러나 느려진 에너지


2025년 상반기, 구찌를 소유한 케링(Kering) 그룹이 발표한 실적은 럭셔리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그룹 전체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한 4억 7,400만 유로(약 6,760억 원), 매출은 16% 줄어 76억 유로(약 12조 1,000억 원)를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구찌는 가장 큰 매출 하락폭을 보이며, 그룹 전체 부진의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구찌의 하락은 갑작스럽지 않았다. 2017년부터 이어진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의 창의적 디렉션은 브랜드에 강한 정체성을 부여 했지만, 2022년 부터는 시장의 피로감을 불러왔고, 후임 사바토 데 사르노(Sabato De Sarno)가 이끄는 리브랜딩은 아직 명확한 전환점을 만들지 못했다. 결국, 2025년 또 다시 새로운 수장 뎀나(Demna)를 맞이했다. 문제는 디자인만이 아니다. 지나치게 젊은 타깃에 집중한 마케팅 전략은 중장년층 고정 고객을 소외시켰고, 반복되는 가격 인상은 ‘가격 대비 가치’ 논란을 심화시켰다. 제품군 간 일관성 역시 무너졌다.

그러나 구찌의 내부를 경험하며 나는 한 가지 확신을 갖게 됐다. 이 브랜드는 철학을 가장 중요한 전략 자산으로 삼는다. 실제 채용 과정은 단순한 인재 선발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에 대한 적합성을 ‘함께 탐색’하는 여정에 가까웠다. 1차 서류심사, 2차 담당 디렉터와의 1:1 미팅, 이후 브랜드와 연결된 사내행사 참여, 마지막으로 본사 임원과의 전략 미팅을 통해 적합한 인재를 최종 결정한다. 상당한 기간을 투자하여 1명의 새로운 조직원을 선발하는 문화 속에서 '진심으로 자사의 브랜드를 이해할 수 있는가’ 를 보는 과정은, 그들이 단기 성과보다 장기 정체성을 더 중시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줬다. 이 철학은 구찌의 가장 큰 무기이자, 동시에 빠른 시장 대응이 어려운 이유가 된 듯 하다. 정체성을 고도화하는 데에는 탁월하지만, 시장의 속도에 동기화되기는 어려운 방식으로 보인다.

구찌는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우리는 누구인가'를 먼저 묻는 조직이었다. 이 정체성 중심의 사고는 깊이 있는 브랜드 철학을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빠른 시장 대응을 가로막는 벽이 되기도 했다. 전략보다 존재론적 질문을 먼저 던지는 조직, 그것이 구찌였다.

코치 (COACH) - 실행력 중심의 유연한 조직, 그리고 전략적 회복



반대로, 코치는 정체성을 고집하지 않았다. 변화하는 시장 감각에 맞춰 브랜드를 유연하게 조정했고, 그 실행력이 실적 회복으로 이어졌다. 2020년대 초반, 코치는 로고를 줄이고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조용한 럭셔리’ 흐름에 올라탔다. 또한 코치토피아(Coachtopia)와 같은 친환경 라인, 협업을 통한 감성적 확장, Y2K 트렌드까지 흡수하며 브랜드를 다층화했다. 그 결과, 2024년 Lyst Index 15위에 재진입하며 존재감을 회복했다.

면접 과정도 전략적이었다. 빠르고 명확했으며, 질문은 대부분 실무 중심이었다. 소비자 반응, 제품 기획, 트렌드 민감도, 조직 내 실행력 등 코치는 ‘브랜드의 감’을 논하기보다 ‘시장과의 호흡’을 우선시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느꼈다. 코치는 브랜드의 ‘정체성’ 보다 ‘컨디션’을 먼저 점검한다. 이들의 질문은 철학적이지 않았다. '이 브랜드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보다 '지금 당장 어떤 제품이 팔리는가'에 집중했다.

브랜드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가 아니라, 시장이 지금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지 먼저 묻는 태도가 이 조직의 힘이었다.

소비자는 더 이상 ‘명품’을 사지 않는다

코치와 구찌의 교차는 단순한 브랜드 성공과 실패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 인식의 진화가 만든 결과다. 이제 명품은 더 이상 ‘과시’가 아니다. Z세대와 알파세대에게 명품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매개다. 로고가 사라지고, 고급스러움이 낯설지 않게 다가올 때, 소비자는 ‘나와 맞는’ 브랜드라고 느낀다. 조용한 럭셔리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명품의 언어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그렇다면, 구찌의 잠재력은 끝났을까?

아니다. 구찌는 여전히 럭셔리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유통망, 브랜딩 노하우, 문화적 자산은 여전히 막강하다. 내가 느낀 구찌의 조직 문화는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과 진정성을 보여줬다. 만약 이들이 시장의 언어로 그 철학을 다시 번역해낸다면, 구찌는 다시 럭셔리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직문화가 곧 브랜드 전략이 되는 시대: 경영 전략의 진짜 차이는 조직문화에 있다

두 브랜드는 극단적으로 다른 길을 걸었다. 구찌(GUCCI)는 브랜드 철학에 충실했지만, 실행과 시장 반응은 더뎠다. 코치(COACH)는 소비자 중심의 실용적 실행을 통해 빠르게 회복했다. 컨설턴트의 시선에서 보면, 이는 단순한 전략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문화 자체가 전략을 결정했다.

나는 두 브랜드의 채용과정 속에서 '조직의 태도'가 어떻게 전략이 되는지를 생생히 느꼈다. 구찌는 철학을 질문했고, 코치는 시장에 응답했다. 그리고 그 차이는 곧 브랜드의 운명이 되었다.

진정한 럭셔리는 무엇으로 지속되는가: 디자인, 소재, 가격 이상의 것

럭셔리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본질은 결국 사람과 조직의 태도다. 구찌는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여전히 정성스럽게 답을 찾고 있다. 코치는 '지금 시장이 원하는 건 무엇인가'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그 둘 모두 옳다. 문제는 균형이다.

우리는 지금, 명품의 본질이 변화하는 시기를 살고 있다. 이제 고급스러움은 겉이 아니라 철학과 실행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브랜드에게 귀속된다. 그 전환점에서, 나는 이 두 브랜드의 내부를 보았고, 그 경험은 나로 하여금 진정한 럭셔리의 의미를 다시 묻게 만들었다.

코치의 부활에 축하를, 구찌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조직문화가 브랜드의 운명을 바꾼다.

<한경닷컴 The Lifeist> Jessica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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