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중 포옹한 부모와 자녀들…귀한 가족극의 탄생 '건전지 아빠' [리뷰]

입력 2025-08-05 10:11
수정 2025-08-05 10:48



공연문화의 산실 학전의 김민기 대표가 생전 강조했던 것 중 하나는 '어린이들을 위한 극'이었다. 수익성과 거리가 멀어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신념 아래 '고추장 떡볶이'·'연이의 일기'·'슈퍼맨처럼'·'우리는 친구다' 등 미래 세대의 꿈과 희망을 지키는 가족극을 꾸준히 만들었다.

휴대폰 하나 쥐고도 몇 시간을 거뜬히 혼자 놀 줄 아는 요즘 시대에 부모의 손을 잡고 마음을 나누는 일은 더욱 '귀한 일'이 됐다. 그런 가운데 부모와 자녀가 나란히 객석에 앉아 서로를 힘껏 끌어안는 훈훈한 광경을 볼 수 있는 가족 뮤지컬이 등장했다. 서울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영산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뮤지컬 '건전지 아빠'다.

전승배·강인숙 작가의 애니메이션 및 그림책 '건전지 아빠'를 무대화한 작품으로, '알사탕'·'장수탕 선녀님' 등을 선보였던 가족 뮤지컬의 대가 홍승희 연출가와 '긴긴밤'·'지미베어'의 양소영 작가, '헬로카봇'·'사랑의 하츄핑'·'캐치 티니핑'에 참여한 박상우 작곡가가 의기투합했다.

작품에는 6세 어린이인 동구의 가족과 건전지 가족이 등장한다. 동구 아빠와 건전지 아빠는 닮은 구석이 많다. 무엇이든 할 줄 아는 영웅이자, 가족을 위해 기꺼이 한 몸 내던지는 헌신적인 가장이다.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자식들의 밝은 웃음을 떠올리면서 금세 마음을 다잡는다. '아빠는 나랑 노는 것보다 일을 더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동구가 아빠의 진심을 마주하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뮤지컬 '건전지 아빠'는 따뜻한 감성의 이야기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유쾌하게 풀어냈다. 관객 참여 요소를 높인 덕에 객석에서는 부모와 자녀들의 웃음이 뒤섞여 연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모기가 밤새 가족들을 괴롭히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의 머리 위로 모기 인형이 날아다녔고, 동구 아빠와 건전지 아빠가 합심해 전기 파리채로 모기를 잡을 때도 관객들의 박수·구호에 맞춰 움직였다.

계곡에 물놀이를 하러 갔다가 고립된 동구와 동구 아빠가 손전등을 이용해 구조 요청할 때 역시 관객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공연장 입장 시 관객 모두에 나눠준 손전등을 켜 함께 구조 요청에 나선다. 이때도 구조 헬기 모형이 객석 위를 날아다닌다.





혼신의 힘을 다한 동구 아빠와 방전된 건전지 아빠의 곁을 지키는 건 가족이다. 따뜻하게 포옹해 주는 가족들의 온기로 두 아빠는 다시금 추진력을 얻는다. 객석에서도 부모와 자녀들이 눈을 맞추며 힘껏 서로를 끌어안는다. 이 공연의 존재 이유다. 커튼콜 때는 배우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고사리손과 일일이 하이 파이브를 한다.

'건전지 아빠'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오선화 프로듀서는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연출적 구성이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어 부모님과 아이들 모두 몰입해 관람할 수 있다"며 "가족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공연이라는 후기도 있었고, 눈물을 흘리며 보는 부모님들도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가족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많은 사랑으로 채워져 있는지 느낄 수 있는 공연"이라면서 "바쁜 일상에서 자주 잊고 지내는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부모님과 아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고 충전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전지 아빠'는 오는 24일까지 공연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