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통 증류주 바이주(白酒·백주)의 소비가 꾸준히 감소하면서, 바이주 브랜드들이 생존을 위한 변신에 나섰다. 독한 술을 멀리하는 중국 Z세대를 겨냥해 아이스크림·커피·초콜릿 등 이색 메뉴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3일(현지 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오랫동안 비즈니스 만찬의 필수품이던 바이주가 시대 변화에 적응하며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탄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주류협회에 따르면, 마오타이의 주력 제품인 ‘페이톈’의 가격은 4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으며, 올해만 36% 급감했다. 이는 중국 바이주 시장 전반의 침체를 상징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전체 바이주 생산량도 올해까지 8년 연속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과 더불어 정부의 반부패 정책이 바이주 산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당정 기관 관계자들의 업무 식사에서 담배와 술 제공을 금지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연회 문화가 축소되면서 바이주의 주 소비 채널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음주 문화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건강을 중시하고 과음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도수가 높고 강한 바이주가 젊은 세대에게 외면받고 있다. 위스키나 와인 또는 무알코올 주류 등 다양한 대체 선택지가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베이징 산리툰에서 칵테일을 마시던 치 보(30)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는 ‘술 없이 연회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옛 속담이 있다”며 “과거에는 술이 사회적 윤활유 역할을 했지만,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술을 마시고 싶어하지 않거나 덜 마시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통 바이주 시장이 위축되자, 제조업체들은 Z세대를 겨냥한 신제품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 충칭에서 탄생한 신생 바이주 브랜드 ‘장샤오바이’는 처음부터 젊은 소비자를 타깃으로 설정했다. 도수를 10% 미만으로 낮추고, 과일향을 가미한 바이주를 소용량 병에 담아 가격 부담을 줄였다. 병 디자인에는 “말하지 않은 말, 내 눈 속에, 꿈속에 혹은 술잔에 따라 마시다”와 같은 감성적인 문구를 넣어 Z세대의 취향을 겨냥했다.
장샤오바이 마케팅 디렉터 판 리는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며 “제품부터 브랜딩까지 전 과정에서 Z세대를 포용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마오타이 역시 변화를 택했다. 2022년에는 우유 1㎏당 마오타이 50g을 첨가한 3도짜리 아이스크림을 출시했고, 1년 만에 1,000만 컵 이상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2023년에는 커피 프랜차이즈 루이싱커피와 손잡고 마오타이 맛 라떼를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하루 만에 500만 잔 이상 팔렸으며, 하루 매출만 1억 위안(약 193억 원)에 달했다. 같은 해 초콜릿 브랜드와 협업해 ‘마오타이 초콜릿’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이 실제로 바이주의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예측이 나온다.
주류시장조사업체 IWSR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Z세대의 바이주 소비 비중은 22%에 달하지만, 감소세는 여전하다. 중국 증류주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2017~2022년 10%에서 2022~2027년에는 -4%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대한 주요 원인으로 바이주의 감소세를 꼽았다.
미국 AI 기반 투자 플랫폼 에이인베스트는 “마오타이 아이스크림과 같은 전략은 절박함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혁신조차도 바이주 산업의 핵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바이주가 여전히 남성 중심의 고급 선물로 인식되는 반면, Z세대는 더 포괄적이고 경험·감성 중심적인 소비 경험을 원한다는 점에서 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