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보다 5배 稅폭탄 맞는데…증시로 '머니 무브' 되겠나

입력 2025-08-04 18:01
수정 2025-08-11 16:16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에 쏠린 가계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옮기겠다”고 공언했다. 정작 지난달 31일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이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조치라는 게 대다수 주식 투자자의 주장이다. 양도 차익과 임대 소득에 대한 세금 공제율이 높은 부동산과 달리 주식엔 증세 기조가 뚜렷하다는 점에서다.◇ ‘똘똘한 한 채’는 세금 무적한국경제신문은 4일 A금융회사 자문을 얻어 30억원짜리 아파트를 처분했을 때 매도자가 적용받는 양도소득세율과 한 종목을 30억원어치 보유한 대주주가 주식을 팔았을 때 부과받는 세율을 비교했다.

1주택자인 부동산 매도자는 2000년 이 아파트를 2억원에 취득해 28억원의 차익을 남겼다고 가정했다. 정부는 1주택자에게는 매도차익 12억원 초과분에만 양도세를 과세한다. 이 때문에 과세 대상액은 28억원에서 16억8000만원으로 줄어든다. 10년 이상 주택을 보유 및 거주한 사람에게는 ‘장기보유 특별공제’도 적용한다. 공제율은 80%에 달한다. 결국 과세 대상액은 3억4000만원으로 줄어든다. 매도자는 28억원이나 남겼지만 세금은 1억180만원만 내면 된다. 실제 세율이 4.2%에 불과한 셈이다.

30억원어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다르다. 세제개편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대주주 요건에 해당해 고율의 세금을 내야 해서다. 이번 개편안에선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했다. 10억원에 취득한 주식을 30억원에 팔았다면 차익 20억원에 대한 세금은 차원이 달라진다. 주식 매도 차익(과세표준액 기준)이 3억원 이하면 22%, 3억원을 초과하면 27.5%의 세금을 내야 한다. 공제액(250만원)을 제외한 총세금은 5억3281만원에 달한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은 과세 형평성뿐만 아니라 현실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대주주 기준인 10억원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13억8000만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여서다. 시가총액이 약 188조원인 SK하이닉스 주식을 10억원어치 들고 있다면 지분율은 0.0005%에 불과하다. ‘대주주’라고 부르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기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낮췄을 때 증권거래세는 9조원으로 증가했고 기준을 다시 50억원으로 상향한 윤석열 정부 땐 4조원으로 줄었다”며 “대주주 기준과 주식시장 세수 간 인과관계도 없다”고 단언했다.◇ 임대사업자는 공제율 60%까지 적용주식 투자에 따른 과실인 배당소득과 부동산 투자로 얻는 과실인 임대소득 간 세율도 기울어져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택 월세 임대를 놓으면서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이 넘지 않으면 세금 공제율이 60%에 달한다. 분리과세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 800만원에 대한 세금(15.4%)인 약 123만2000원만 납부하면 된다. 실제 세율은 6.16%에 불과하다.

반면 배당으로 2000만원의 소득을 얻었다면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배당소득이 커질수록 세율도 높아진다.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소득 2000만~3억원 구간에선 22%(지방세 포함), 3억원 초과분에는 38.5%의 세금을 내야 한다.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배당주 투자를 하기보다는 월세를 놓는 게 더 나은 선택지인 셈이다. 대주주 입장에서도 급여를 올리거나 이익을 배당하지 않고 유보하다 지분을 매도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부동산과 주식시장 간 과세 불균형이 심해지면 돈은 절세가 가능한 쪽으로 몰리기 마련”이라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준을 낮추면 대주주뿐만 아니라 모든 투자자가 과실을 나누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