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 한 학기 만에 교과서 지위를 잃게 됐다.
4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AI 교과서의 지위를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교과서의 정의를 법률에 명시하는 한편 교과서 범위를 도서 및 전자책으로 제한했다. AI 교과서와 같은 ‘지능정보 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는 교과서가 아니라 교육자료로 규정했다.
시행 시기는 공포 후 즉시다. 진행 중인 내년도 교과서 검·인정 절차가 중단되는 것은 물론 지난해 검·인정을 통과한 AI 교과서도 곧바로 교과서 지위를 잃는다.
AI 교과서 도입은 윤석열 정부의 대표 교육 공약이다. 2023년 시행령을 개정해 교과서의 정의에 디지털교과서를 포함하고, 2025년 의무 도입을 목표로 AI 교과서 개발에 들어갔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학부모와 교사 단체 등 교육 현장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은 AI 교과서의 지위를 교과서가 아니라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해 지난해 말 통과시켰다.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폐기됐지만 재발의된 관련 법안이 이날 다시 통과된 것이다.
이번 개정안으로 정부가 AI 교과서 도입을 위해 쏟아부은 막대한 예산은 매몰 비용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교사의 디지털 역량 강화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AI 교과서 관련 예산은 4900억원이었고, 올해는 8830억원에 달한다.
교육부는 2학기 현장 적용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도 교육청 및 희망 학교와 협의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과서가 아니라 교육자료로 지위가 변경되면 정부의 직접 재정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교육청은 2학기 AI 교과서 수요 조사도 하지 않았다.
발행사들은 손해배상 청구와 헌법소원 등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AI 교과서를 개발한 한 발행사 관계자는 “국가를 믿고 투자했는데 정책이 뒤집어지면서 모든 피해는 발행사들이 지게 됐다”며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 무상교육의 국비 지원을 3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