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 휴머노이드(인간을 닮은 로봇) 개발, 디지털트윈(현실과 똑같은 공장을 가상 공간에 구현한 것) 솔루션 구축 등 미래 사업 핵심 과제를 집중 추진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회사 차원의 초대형 미래 사업, 사업부 간 협업이 필요한 기술 과제 등을 빠르게 준비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4월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으로 취임한 노태문 사장이 AI 등 미래 사업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DX부문은 4일 사내 고난도 핵심 과제를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이노엑스랩(InnoX Lab)’을 신설했다고 공지했다. 이노엑스는 혁신(innovation)과 전환(transformation)을 결합해 만든 말이다. 혁신과 변화를 주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노엑스랩은 전체 회사 차원의 대형 과제, 각 사업부의 도전적 전략 과제를 전담해 단기간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실행형 조직이다. 최우선 과제는 디지털트윈 솔루션 적용 및 확산, 로지스틱스 AI 적용을 통한 물류 운영 모델 혁신, 피지컬 AI 기술을 활용한 제조 자동화 추진, 휴머노이드 핵심 기술 개발 등이다.
조직 규모는 수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제별로 필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조직 간 경계를 넘어 유연하게 추가로 선발·충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과제 중심의 유기적 협업 체계를 기반으로 DX부문의 핵심 역량을 결집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직 신설에는 AI, 휴머노이드 등 개별 사업부와 센터 등에서 전개 중인 미래 먹거리 사업을 회사 차원에서 키울 필요가 있다는 노 사장의 판단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사장은 지난 4월 취임한 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AI, 로봇, 디지털트윈 등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기존 업무 수행 방식을 재정비하고 효율적이고 민첩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가자”고 주문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차세대 사업을 한곳에 모아 집중적으로 육성해 중복 업무를 줄이고, 생산성과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려 성과를 내겠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조직 차원에서 AI 역량 강화에 올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5월 DX부문에 임직원의 AI 기반 업무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 ‘AI 생산성 혁신 그룹’을 신설했다. 혁신 그룹은 AI 인프라·시스템 구축과 AI 활용 실행 지원, 우수 사례 확산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