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불고 있는 ‘일풍(日風)’이 심상치 않다. 일본 여자골프는 올 시즌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4승을 합작했다. 최근 2년 연속 메이저대회에서 2승씩을 거두면서 한국 미국 등을 위협하는 여자골프 강국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다.◇‘메이저 퀸’과 함께 신인왕 1순위4일(한국시간) 영국 웨일스 미드글러모건의 로열포스콜GC(파72)에서 끝난 여자골프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AIG여자오픈에서 일본의 신인 야마시타 미유(24)가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우승했다. 공동 2위 찰리 헐(잉글랜드), 가쓰 미나미(일본)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우승을 거두고 우승상금 146만2500달러(약 20억3000만원)를 챙겼다.
야마시타는 4년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13승을 올린 뒤 LPGA투어에 진출했다. 지난해 12월 퀄리파잉(Q)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하면서 데뷔 전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키가 150㎝에 불과한 야마시타는 정확도가 강점이다.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는 LPGA투어 선수 가운데 146번째(224m)에 불과하지만 페어웨이 안착률 4위(79.79%), 그린 적중률 35위(71.01%) 등 뛰어난 샷 정확도를 자랑한다. 벙커 세이브율은 전체 2위(62.75%)다.
야마시타는 신인상 레이스에서 990점을 쌓아 2위 다케다 리오(978점·일본)를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일본 출신 쌍둥이 자매인 이와이 치사토(606점)와 이와이 아키에(422점)가 각각 3~4위로 뒤를 잇고 있다. 신인왕 경쟁이 일본 선수 간 집안싸움으로 흐르는 가운데 윤이나는 7위(267점)에 머물고 있다.◇급성장한 日, 한국 위협일본 여자골프는 야마시타의 우승과 함께 올 시즌 한국과 같은 4승을 쌓았다. 내용을 놓고 보면 일본이 우위다. 올해 다섯 개 메이저대회 가운데 2승을 챙겼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셰브런챔피언십에선 사이고 마오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이번 대회에서 야마시타가 정상에 섰다. 작년에도 메이저대회 2승을 거둔 일본은 최근 2년간 네 명의 메이저 퀸(사소 유카, 후루에 아야카, 사이고, 야마시타)을 배출했다.
한국 선수들은 올해 메이저대회에서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최근 15년 동안 한국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은 2021년과 2023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그나마 위안은 올해부터 방신실과 황유민 등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메이저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점이다. 이번 대회에서 김아림이 공동 4위에 올랐고 김효주와 임진희 등도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내고 있다.
일본 여자골프의 기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LPGA투어에 데뷔한 다섯 명의 일본인 신인 중 세 명이나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경쟁력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계 관계자는 “올해 데뷔한 어린 일본 선수들이 하나같이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여자골프의 급성장은 2013년부터 JLPGA가 시행한 투어 강화 정책의 결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JLPGA의 적극적인 문호 개방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유망주 발굴·관리가 일본 선수들의 경쟁력을 높였다고 말한다. 이시우 코치는 “일본은 관리 면에서 확실히 다르다”며 “한 가지 예로 일본 선수들은 매니저, 코치, 트레이너와 한 팀을 이뤄 체계적인 관리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스폰서도 아낌없는 지원을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동기 부여가 남다르다”고 덧붙였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