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TACO는 한국에도 필요하다

입력 2025-08-03 17:55
수정 2025-08-04 00:14
미국 증시의 S&P500지수는 올해 들어 7월까지 사상 최고치를 15차례 경신했다. 지난 1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관세 혼란, 중동 등 지정학 불안 같은 여러 가지 악재를 딛고 큰 폭으로 반등했다. 금융 여건이 개선되고 소비자 신뢰가 회복되면서 미국 경제는 걱정한 것보다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5%(전기 대비 연율)에 그쳤지만 2분기 3% 성장세를 되찾았다. 트럼프가 TACO하는 이유주가 상승의 가장 큰 배경은 이른바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다.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는 것이다. 협상력을 높이려고 막대한 관세로 위협하곤 하지만 결국 적당한 선으로 후퇴한다는 얘기다. 4월 2일 ‘해방의 날’ 엄청난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 시장이 폭락하자 1주일 뒤인 4월 9일 발효를 90일 유예한 게 대표적이다. 5월 12일에는 중국과 초고율 관세를 서로 내리기로 합의했다. 상호관세를 지난 7월 8일 한 차례 더 유예했으며 “데드라인은 데드라인”이라던 8월 1일에도 1주일 더 발효를 미뤘다.

트럼프 대통령이 TACO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와 시장을 위해서다. 4월 9일 상호관세를 유예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이 좀 불안해하더라”라고 이유를 댔다. 뉴욕 출신으로 부동산 사업을 해온 그는 주가 상승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증시가 오르면 기업은 상장, 증자를 통해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신사업 투자와 인수합병(M&A), 설비 투자 등이 활발해지고 고용과 생산성도 함께 개선된다.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에 돈이 몰리며 경제 전체의 효율도 높아진다. 금융자산을 많이 가진 은행, 보험사, 연기금의 자산가치가 올라 금융 시스템이 안정된다. ‘부의 효과(wealth effect)’로 인해 사람들은 소비를 늘린다. 특히 401(k) 등 연금을 주로 주식에 투자하는 미국에선 이 효과가 크다. 이는 단순히 자국 내 경제를 넘어 글로벌 무역 질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미래에 대한 자신감도 커진다. 이런 소비자 신뢰 개선, 기업 투자 확대는 성장으로 이어지고 정부 세수가 증가하게 된다. 트럼프는 지난 1기(2017~2021) 때 경제 성과를 자랑할 때마다 “S&P500지수가 역대 최고치”라고 했다. 민주당, 코스피 5000 역주행6·3 선거를 통해 집권한 더불어민주당이 ‘코스피5000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은 그런 의미에서 손뼉 칠 일이다. 한국 증시가 올해 들어 최고 40% 뛴 것은 그런 기대를 반영한다. 하지만 특위 출범 이후 행보는 의아하다. 증권거래세를 올리고 배당소득세도 애초 논의보다 높였으며, 주식양도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을 강화하는 등 시장 기대와 반대로 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발언을 들으면 주가 상승을 ‘모두가 이익을 보는 플러스섬’이 아니라 ‘부자만 이득을 보는 제로섬’으로 보는 듯하다. 뭐가 옳은지 모르겠다면 시장을 보라. 코스피지수는 후퇴하면서 정책이 틀렸음을 증언하고 있다. TACO는 미국에만, 트럼프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한국에도, 민주당에도,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