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가 '투트랙'으로 간다…韓선 군함·MRO, 美선 상선 건조

입력 2025-08-03 17:49
수정 2025-08-11 15:56
‘스키드 론칭 시스템(SLS).’ 케이조선 진해조선소가 2004년 STX조선해양 시절 세계 최초로 개발한 육상 건조공법이다. 독(dock·선박건조장)이 아니라 육상에서 배를 지은 뒤 대형 바가지 모양의 스키드바지(skid barge)에 올려 바다에 띄우는 시스템이다. 케이조선은 2008년 SLS를 활용해 독 한 곳에서 1년에 28척을 건조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3사가 최근 발족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태스크포스(TF)가 케이조선을 전진기지로 검토하게 된 배경이다. 길이 385m, 폭 74m에 달하는 드라이 독까지 활용하면 미국 최신예 항공모함인 제너럴 R 포드급(전장 333m)도 충분히 건조하거나 수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 韓에선 미 해군 특화 조선소 설립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TF는 마스가 프로젝트 실행 방안을 투트랙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미 해군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에 특화된 조선소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새로 조선소를 지으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중소형 조선사를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자금은 조선 3사와 정부가 함께 댄다.

유력 후보는 케이조선이다. 케이조선은 현재는 SLS를 선박용 블록 제작 등에만 활용하고 있다. 조선 3사가 힘을 보태면 연간 12척 이상의 선박을 추가 건조할 여력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특화 조선소 후보는 부산 영도에 있는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이다. 선박 발주가 마른 2010년대에 고속경비함과 공기부양선, 어업지도선 등 중소형 특수선으로 위기를 넘긴 조선소다. HJ중공업은 지난해에도 한국 해군의 유도탄고속함 18척 성능개량사업과 대형 수송함인 독도함 및 고속상륙정 정비 사업을 따내는 등 함정 MRO 시장의 강자임을 증명했다. ◇ 美에선 한국 상선 건조 노하우 전수미국 조선산업 부활이란 마스가 프로젝트의 취지에 따라 TF는 미국 조선소 설립도 추진한다. 새로 조선소를 세우거나 기존 조선소를 인수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포커스는 군함이 아니라 컨테이너선, 탱커 등 상선이다. 한국이 잘하는 상선 건조 기술을 넘겨받으면 추후 군함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70곳이 넘는 조선소에서 매년 1000척씩 만들며 세계 상선 시장의 90%를 차지했던 미국의 조선산업은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지난해 10여 개 조선소에서 7척을 건조하는 데 그쳤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0.1%에 불과하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한화오션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말 1억달러(약 1400억원)를 들여 인수한 필리조선소에 추가 투자해 건조 능력을 연간 1.5척에서 2035년 10척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미국에 조선소를 추가로 짓거나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루이지애나주 등에 조선소를 둔 에디슨슈에스트오프쇼어(ECO)와 협업해 2028년까지 중형급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을 공동 건조한다. HD한국조선해양이 선박 설계 및 기자재 구매, 건조 기술 지원 등을 담당한다.

LNG 생산·저장·하역설비(FLNG)에 강점을 지닌 삼성중공업은 미국 멕시코만에서 조만간 본격화할 델핀 LNG 개발 프로젝트 등과 관련해 현지 조선소와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FLNG는 바다 밑에 있는 천연가스를 뽑아내 액화한 뒤 그 자리에서 LNG운반선에 옮겨 담는 설비를 갖춘 복합시설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미국 현지 조선소와 공동 건조, 사업 확대 등 다양한 협력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