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으로 소확행"…피부과 카드결제액 16% 껑충

입력 2025-08-03 17:19
수정 2025-08-11 16:09
정부가 내수경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외식과 의류 구매, 피부과 등에 주로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소확행’ 소비 트렌드가 소비쿠폰 사용 과정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얘기다. 다만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으로 소비가 쏠려 전체적인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 액세서리·피부과 소비 급증3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지난달 20~26일 일식·중식·양식의 카드결제 추정액은 전년 동기보다 7.6% 늘어난 300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제과·커피·패스트푸드 결제액도 7.6% 많은 2575억원을 기록했다. 한식은 2.2% 늘어난 1조2051억원이었다. 지난달 21일부터 지급된 소비쿠폰으로 외식 소비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소비쿠폰으로 갑자기 카드결제 추정액이 확 늘어난 업종은 패션·잡화와 피부과다. 패션·잡화는 키링과 머리핀 같은 액세서리를 주로 말하는데 소확행의 대표 아이템이다. 카드결제 추정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3% 많은 966억원을 기록했다. 결제 건수는 21.1%나 늘었다.

안 사던 옷도 사기 시작했다. 의복·의류 카드결제 추정액이 5.9% 늘어난 1341억원을 기록했다. 가전·전자는 5.8% 늘었지만 소비쿠폰보다 무더위 에어컨 수요 급증에 따른 효과가 컸다. 소비쿠폰에 대응하고자 대대적 할인 행사로 맞대응한 백화점은 이 기간 카드결제 추정액이 3.9% 늘었다. 무더위로 실내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 영향도 컸다.

같은 기간 피부과도 15.9% 늘어난 648억원을 기록했다. 소비쿠폰을 이용해 보톡스 등 간단한 피부과 시술을 받는 사람이 많아진 영향이다. 편의점(1.4%), 가전(5.8%) 등도 결제액이 늘어났다. GS25는 이 기간 카드결제 추정액이 11.7%나 많아졌다. 다이소(11.0%), 교촌치킨(7.6%), 빽다방(7.4%), 맘스터치(6.3%) 등이 모두 매출 증가세를 나타냈다. ◇ 직영 매출 줄고, 가맹은 늘어다만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으로 소비가 쏠리면서 직영점에서는 오히려 매출 감소를 겪은 브랜드도 있었다. 소비쿠폰이 승수효과를 일으키지 못하고, 가맹점으로의 소비 쏠림이 일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이키는 7월 20~26일 가맹점 카드결제 추정액이 9.4% 늘어난 22억원이었다. 백화점과 온라인은 각각 7.2%, 16.2% 감소했다. 나이키 매장 중에서도 가맹점 형태로 계약한 일부 매장은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했다.

소비쿠폰 사용이 어려운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 등은 카드결제 추정액이 3.9% 감소했다. 대형마트에서는 소비쿠폰 사용이 어려운 영향이다. 7월 20~26일 이마트의 카드결제 추정액은 7.1% 감소한 1411억원을 기록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카드결제 추정액이 각각 11.7%, 4.2% 줄었다. 마트들은 매출 하락세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주말 대규모 할인전을 시작했다.

의류 소비도 소비쿠폰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무더위와 소비쿠폰 사용 불가가 겹친 아울렛 매출이 많이 감소했다. 롯데아울렛은 7월 20~26일 카드결제 추정액이 전년 동기 대비 2.5% 줄었다. 같은 기간 뉴코아아울렛(-4.7%)도 감소했다. 백화점도 마찬가지였다. 신세계백화점(-5.3%), 롯데백화점(-5.9%) 등이 줄줄이 부진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쿠폰이 전체적인 소비를 자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 사도 되는 물건을 사거나 평소 사지 않을 물건을 사는 단기적 소비로 끝나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