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초격차를 자부하던 국내 TV 제조사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 업체의 맹추격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TV 수요가 정체된 가운데 중국업체들이 저가 공세로 시장을 잠식하면서 삼성전자, LG전자의 실적이 급락했다.
3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5%, 47% 감소하며 나란히 '반토막'이 났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사업본부의 부진이 결정적이었지만 TV 사업도 실적이 하락했다. LG전자는 다른 부문의 선방에도 불구하고 TV 사업을 포함한 MS사업본부의 적자가 전사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TV 사업을 담당하는 VD(Visual Display) 사업의 2분기 매출은 7조원으로 전년 동기 7조5천억원 대비 7% 감소했다. 전 분기 7조8천억원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10%로 더 컸다.
LG전자의 TV 등 미디어엔터테인먼트(MS사업본부)는 2분기 영업손실 1,917억원으로 전년 동기(1,268억원 영업이익) 대비 적자 전환했다.
나머지 생활가전(HS사업본부)과 전장(VS사업본부), 냉난방공조(ES사업본부) 모두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었으나 MS 사업본부만 적자를 기록, 50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또다시 부진했다.
국내 업체들이 부진한 사이 중국 업체들은 점유율을 부쩍 끌어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2006년 이후 19년 연속 1위를 지켰으나 최근 들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21.9%이던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21년 19.8%, 2022년 19.6%, 2023년 18.6%, 2024년 17.6%까지 낮아졌다.
2020년 11.5%로 2위이던 LG전자의 점유율도 지난해 2024년 10.8%까지 하락했고, 순위 역시 중국 업체들에 이어 4위까지 낮아졌다.
이 기간 중국 TCL과 하이센스의 점유율은 각각 10.7%에서 13.9%로, 8.1%에서 12.3%로 높아졌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막대한 국가 지원 하에 중국 내에서 패널과 핵심 부품을 수급하며 절감한 원가로 신흥국 위주로 저가 공세를 펼친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은 중국이 장악한 액정표시장치(LCD) 대신 기술 우위가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네오 QLED 등 프리미엄 TV 확대를 통해 시장 주도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업체들이 LCD 패널부터 공급망 전체를 주도하는 시장 대신 여전히 우리가 리더십을 갖고 있는 영역에서의 우위를 토대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AI 적용을 확대하고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사용자 경험 개선에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